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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14:12~26 묵상, 언약의 식탁에서 흘러내린 피와 떡

케리그마 2025.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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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약의 식탁에서 흘러내린 피와 떡

마가복음 14장 12절부터 26절까지의 본문은 예수님의 지상 사역의 클라이맥스, 곧 십자가 죽음을 앞둔 마지막 유월절 식사 장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본문은 단순한 마지막 만찬의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 언약이 구체적으로 성취되는 현장이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성찬이라는 표징 안에 어떻게 새 언약으로 새겨졌는지를 보여줍니다. 말씀 안에서 우리는 주님의 사랑과 계획, 그리고 거룩한 초청을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

준비된 유월절: 하나님의 섭리 속에 정하신 때

예수님께서는 유월절 어린 양을 잡는 첫날에 제자들을 보내시며, 만찬을 준비하게 하십니다. 제자들은 어디에서 유월절 식사를 준비해야 할지 묻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한 사람을 보내며, "물 한 동이를 가지고 가는 사람을 따라가라" 하시고, 그가 들어가는 집에 이르러 주인이 준비해 놓은 큰 다락방에서 유월절을 준비하라고 지시하십니다(13-15절).

이 장면은 우연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미리 알고 계셨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계획되고 진행되고 있음을 드러내십니다. 여기서 '준비하다'라는 단어는 헬라어 hetoimazo(ἑτοιμάζω)인데, 이는 단지 음식을 준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구약에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릴 때도 동일한 단어가 사용되며, 이는 거룩한 제사, 거룩한 만남을 위한 준비라는 신학적 함의를 갖고 있습니다.

유월절은 출애굽의 사건을 기억하는 절기로, 어린 양의 피로 말미암아 죽음에서 건짐받은 은혜의 날입니다. 예수님은 이 절기의 참된 의미를 자신의 몸과 피로 성취하실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단지 음식을 먹는 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언약이 세워지는 거룩한 식탁이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그리하여 이 식탁은 구속의 시간 속에 깊이 박힌 영원한 언약의 증표로 우리 앞에 놓이게 됩니다.

배신의 충격,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 주의 계획

식사 중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중 하나, 곧 나와 함께 먹는 자가 나를 팔리라"(18절). 이는 단순한 예언이 아닙니다. 시편 41편 9절의 말씀, "내 떡을 먹던 나의 가까운 친구가 나를 대적하여 그의 발꿈치를 들었나이다"의 성취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중심까지도 아시며, 그의 계획을 방해할 자조차 그의 계획 안에서 작용하게 하십니다.

제자들은 하나같이 근심하며 "내가 아니지요?"라고 묻습니다. 이 장면은 단지 유다만이 아니라, 모든 제자가 자신의 연약함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자주 배신자를 유다로만 단정하지만, 본문의 정서는 우리 모두가 그 가능성을 품고 있는 존재임을 가르칩니다.

예수님은 유다를 특정하지 않으시면서도, 그 행동의 결과를 분명히 선언하십니다. "인자는 자기에 대하여 기록된 대로 가거니와 인자를 파는 그 사람에게는 화가 있으리로다."(21절) 이는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이 함께 작용하는 신비로운 장면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되, 그 뜻을 거스르는 자에 대해선 분명한 심판의 메시지를 전하십니다. 이중예정론의 신학적 긴장이 이 본문에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하나님은 주권적으로 일하시지만, 사람은 그 선택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지게 됩니다.

떡과 잔, 새 언약의 몸과 피

예수님께서는 떡을 들어 축사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십니다. "받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또 잔을 가지사 감사 기도하시고 그들에게 주시니, 다 그것을 마시며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22-24절).

여기서 "받으라"는 말은 헬라어로 lambano(λαμβάνω), 이는 단순히 손으로 받는 행위를 넘어, 적극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은 단지 자신의 몸과 피를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그들의 삶 속으로 받아들이길 원하셨습니다. 이는 성찬의 본질입니다. 단순한 상징이나 의례가 아니라, 주님의 몸과 피를 믿음으로 참여하며 생명을 공급받는 영적 연합의 자리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이 잔을 '언약의 피'라 말씀하십니다. 이는 출애굽기 24장 8절에서 모세가 산에서 언약을 세울 때 피를 뿌리며 말한 그 언약을 계승하고 완성하는 장면입니다. 구약의 언약은 동물의 피로 맺어졌지만, 이제는 예수님의 피로 세워지는 새 언약입니다. 이 언약은 일시적이거나 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에게 영원한 생명을 보장하는 은혜의 계약입니다.

이 피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피입니다. 이는 대속적 희생의 범위를 넓게 열어주는 말씀이며, 단순히 유대인만이 아니라, 모든 민족 가운데 하나님의 백성을 부르시려는 구속사의 확장성을 나타냅니다. 성찬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민족과 언어를 초월하여 하나로 연결되는 놀라운 연합의 표징입니다. 우리는 성찬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미래를 현재 안에서 미리 맛보게 됩니다.

결론

예수님과 제자들이 찬미하고 감람산으로 나아가는 마지막 장면은, 절망이 아닌 소망으로 마무리됩니다. 본문 26절은 그들이 찬송하며 나아갔다고 말합니다. 이는 패배를 향한 길이 아니라, 승리를 준비하는 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제 죽음의 자리로 나아가시지만, 그 자리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영광의 길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이 식탁에 초대받은 자들입니다. 주님은 여전히 말씀하십니다. "받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이것은 언약의 피니라." 우리는 이 언약 앞에서 어떤 자세로 서 있습니까? 단지 종교적 의식으로 여겨 그 의미를 가볍게 여기고 있지는 않습니까? 아니면 진심으로 그분의 몸과 피를 받아들이며, 그분의 희생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이 식탁은 한 끼의 식사가 아니라, 한 시대의 전환입니다. 유월절의 어린 양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그분의 피는 죽음의 사자를 지나치게 하는 구원의 징표입니다. 주님은 그 피로 우리를 덮으셨고, 그 몸으로 우리를 살리셨습니다. 우리는 이 은혜 안에서, 매 순간 그 언약을 새기며 살아가야 합니다. 이 식탁은 지금도 열려 있습니다. 그분의 몸을 받아 먹고, 그분의 피를 받아 마시며, 그 안에서 참된 생명과 소망을 누리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생명의 삶] 2025년 월 묵상 본문입니다.  묵상 본문을 클릭하시면 각 본문에 따라 묵상을 따라 설교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말씀을 묵상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 깊이 알아가는 복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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