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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립보서 2:5 - 2:18 묵상,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으라

케리그마 2025.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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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비우신 그리스도, 우리 안에 역사하시는 구속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할 말씀은 빌립보서 2장 5절부터 18절까지입니다. 이 본문은 신약 전체를 통틀어 가장 깊이 있고 밀도 있는 그리스도론의 선언이 담겨 있는 부분이자, 교회 공동체가 어떠한 태도로 구속사의 흐름에 동참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는 핵심적인 구절입니다. 특히 바울은 여기서 성도 개인의 경건을 넘어서, 그리스도의 낮아지심을 본받아 공동체가 어떻게 영광 가운데 하나님의 자녀로 세워져야 하는지를 매우 정교하고도 목회적인 어조로 권면하고 있습니다.

 

본문을 천천히 묵상하면 할수록, 이 말씀은 단지 윤리적 본보기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구속 역사가 어떻게 교회와 성도의 존재와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는지를 선명히 보여주는 복음 그 자체입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 성육신과 십자가의 구속, 그리고 부활의 영광에 참여하는 성도의 길을 함께 따라가 봅시다.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으라 (빌립보서 2:5)

바울은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립보서 2:5)라고 말씀합니다. 여기서 ‘마음을 품다’는 표현은 헬라어 (φρονεῖτε, 프로네이테)로, 단순히 생각하는 것을 넘어 사고방식 전체, 삶을 바라보는 틀과 태도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인의 삶은 예수님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삶의 패턴을 내면화하고 그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곧 자기 비움과 낮아짐의 길, 곧 십자가의 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은 단지 교훈을 주시려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영광을 버리시고 사람의 형체를 입으셔서, 우리를 대신하여 죽기까지 순종하신 그 삶을 통해 우리에게 구원을 이루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바울은 이어지는 찬가를 통해 그리스도의 낮아지심과 높아지심의 역사를 노래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시적 표현이 아니라, 구속사의 핵심을 담은 진리이며, 우리가 반드시 붙들어야 할 믿음의 내용입니다.

 

자기를 비우신 그리스도 (빌립보서 2:6–8)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립보서 2:6–8).

이 본문에서 사용된 ‘자기를 비워’라는 표현은 헬라어 (ἐκένωσεν, 에케노센)입니다. 이는 '완전히 비우다, 내려놓다'는 뜻을 가지며, 신학적으로는 ‘케노시스’(Kenosis)라 하여, 예수님의 성육신과 십자가 순종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본체(μορφῇ θεοῦ, 모르페 테우)로 계셨지만, 그 특권과 권리를 붙잡지 않으시고, 스스로 종의 모습(μορφὴν δούλου, 모르펜 둘루)을 입으셨습니다.

 

이 구절은 우리가 예수님의 신성을 포기하셨다고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바울이 말하는 것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본체로서 가질 수 있었던 모든 영광과 권세를 잠시 내려놓고, 철저히 인간의 조건과 위치에 자신을 두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은 죽기까지 복종하셨습니다. 여기서 ‘복종’(ὑπήκοος, 휘페이코오스)은 ‘청종하는 것, 자신을 아래에 두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을 따라, 자신을 철저히 내려놓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습니다.

 

이 십자가의 길은 예수님 한 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구속의 방식이며, 우리가 따를 길입니다. 바울은 지금 성도들에게 바로 이 삶의 태도를 ‘마음으로 품으라’고 권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높이신 그리스도 (빌립보서 2:9–11)

예수님의 자기 비움과 순종은 무의미한 희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높이시는 영광의 문이 됩니다.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빌립보서 2:9). ‘지극히 높였다’는 헬라어 (ὑπερύψωσεν, 휘페뤼프소센)는 ‘최고로 들어 올리다, 가장 높이 두다’는 뜻으로, 부활과 승천 그리고 주의 재림의 권세를 포함한 영광스러운 높임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모든 무릎이 하늘과 땅과 땅 아래에서 그 이름 앞에 꿇게 되며, 모든 입이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게 됩니다(빌립보서 2:10–11). 여기에서 ‘주’(κύριος, 퀴리오스)는 단지 존칭이 아니라, 구약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대체하는 호칭으로, 예수님의 신성과 통치권을 선포하는 고백입니다.

 

구속사적으로 이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의 낮아지심이 곧 하나님 나라의 통치와 영광으로 이어지는 구조임을 보여줍니다. 고난 없이 영광은 없으며, 십자가 없는 부활은 없습니다. 이 길을 걷는 모든 성도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낮아지고, 결국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높아지는 영광을 경험하게 됩니다.

 

두렵고 떨림으로 구원을 이루라 (빌립보서 2:12–13)

바울은 이제 이 구속의 진리를 받아들인 성도들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빌립보서 2:12). 여기서 ‘이루라’는 동사 (κατεργάζεσθε, 카테르가제스데)는 ‘실천하다’, ‘완성하다’는 의미로, 단지 자신의 힘으로 구원을 만들어내라는 뜻이 아닙니다.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러나 받은 구원을 삶 속에서 실제로 실현하고, 그 열매를 맺으며 성화의 길을 걸으라는 뜻입니다.

 

‘두렵고 떨림’(φόβῳ καὶ τρόμῳ, 포보 카이 트로모)은 하나님의 거룩하심 앞에서 자신의 연약함을 인식하며, 진지하고 경건하게 살아가는 태도를 말합니다. 이것은 율법적 두려움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도 크기 때문에 갖게 되는 경외의 감정입니다.

 

그리고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립보서 2:13). 구원과 성화는 결국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소원을 두고’(θέλειν, 텔레인)는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거룩한 열망을 심으시고, 그 열망을 실천으로 이어가게 하신다는 의미입니다. 구속의 삶은 결국 은혜로 시작하여 은혜로 완성되는 여정입니다.

 

세상 가운데서 빛으로 나타나라 (빌립보서 2:14–18)

바울은 이어서 복음에 합당한 삶의 열매를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모든 일을 원망과 시비가 없이 하라”(빌립보서 2:14). 여기서 ‘원망’(γογγυσμῶν, 공구스몬)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하나님을 향해 불평했던 것을 연상시키며, ‘시비’(διαλογισμῶν, 디알로기스몬)는 헛된 논쟁이나 자기중심적인 분열을 의미합니다. 바울은 빛된 삶은 언어와 태도에서 드러나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이는 너희가 흠이 없고 순전하여 어그러지고 거스르는 세대 가운데서 하나님의 흠 없는 자녀로 세상에서 그들 가운데 빛들로 나타내며”(빌립보서 2:15). 여기에 ‘흠 없는’(ἄμεμπτοι, 아멤프토이)와 ‘순전한’(ἀκέραιοι, 아케라이오이)은 제사에 드려지는 제물처럼 정결하고 진실된 성품을 뜻하며, ‘빛들’(φωστῆρες, 포스테레스)은 하늘의 별들을 가리키는 말로, 어두운 세상 속에서 반짝이는 구원의 표징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바울은 자신을 ‘믿음의 제물 위에 부어지는 전제’(σπένδομαι, 스펜도마이)라고 표현합니다(빌립보서 2:17). 이는 구약의 제사 중 포도주를 붓는 의식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자신의 삶 전체가 성도들의 믿음을 위한 희생으로 드려졌음을 의미합니다. 그는 그 희생조차도 ‘기뻐하며 기뻐한다’고 고백합니다. 복음은 기꺼이 자신을 부어내는 삶이며, 그 길 끝에는 하나님과 성도의 기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론 정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눈 빌립보서 2장 5절부터 18절까지의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에서 시작되어, 하나님 아버지의 영광으로 높아지는 완전한 구속사의 패턴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구속은 단지 우리가 구원받았다는 기쁨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삶 전체가 그 구속에 합당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완성되어야 함을 말씀합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네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습니다. 첫째, 예수님의 마음을 품는다는 것은 삶의 전 영역에서 자기 비움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둘째, 십자가의 순종은 우리로 하여금 경외함으로 구원을 살아내게 합니다. 셋째, 하나님의 역사하심은 우리의 소원을 통해 실제적인 행위로 이어집니다. 넷째, 세상 속에서 우리는 빛으로, 제물로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도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마음이 살아 역사하시기를 바랍니다. 그 마음을 품고, 십자가의 순종을 본받아, 세상 속에서 복음의 빛으로 살아가는 여러분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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