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7:10~89 주해 및 묵상
반복 속에 담긴 헌신의 감격
민수기 7장 10절부터 89절까지는 각 지파 지휘관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 예물의 내용을 매우 자세하게, 그리고 놀라울 만큼 ‘반복적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열두 지파 모두 같은 형식과 내용으로 예물을 드렸고, 그 드림은 성막 봉헌을 위한 신앙의 헌신으로 하나님 앞에 올려졌습니다. 얼핏 보면 단조롭고 반복적인 이 본문 속에는, 하나님을 향한 신실한 마음과 각 지파가 동일한 헌신으로 하나님의 거룩한 사역에 참여하고자 했던 깊은 감동이 담겨 있습니다.
반복되는 헌물, 그러나 하나님은 하나하나 받으신다
본문의 10절은 지휘관들이 제단에 기름 부은 날을 기념하며, 그 제단을 위하여 예물을 드렸다고 기록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11절에서 하나님께서는 하루에 한 사람씩, 열두 날에 걸쳐 지휘관들이 예물을 드리도록 하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하나님께서 이 열두 사람 각각의 예물을 ‘하루에 하나씩’ 받으셨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시간의 배분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각자의 헌신을 소중히 여기신다는 상징적 표현입니다. 하나님은 단체로 한꺼번에 드리는 예물이 아니라, 각 지파의 대표가 정성을 담아 따로 드리는 예물을 각각 기뻐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이후 12절부터 83절까지는 그 열두 지파 지휘관들이 드린 예물의 내용이 놀라울 만큼 동일하게 기록됩니다. 은반 하나, 은바리 하나, 금그릇 하나, 수송아지 한 마리, 숫양 한 마리, 일 년 된 어린 숫양 한 마리, 속죄제, 번제, 화목제 동물들까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내용이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보는 이로서는 지루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이 반복을 생략하지 않고,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기록합니다. 왜일까요? 하나님께서 각 지파의 드림을 결코 뭉뚱그려 취급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교회에서 드리는 헌신이 너무 작고 평범해 보이기에, ‘내가 드린 것은 별거 아닐지도 몰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한 사람, 한 지파, 한 헌신을 귀하게 여기십니다. 하나님께 드린 마음은 결코 반복되거나 사라지는 일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동일한 예물도, 각각 따로 받으십니다.
본문 중간 중간에 "헌물"을 "헌물ㄹ"로 쓰거나, "지휘관"을 "지휘관ㅇ"이라고 쓴 실수도 사람 입장에서는 무심히 지나칠 수 있겠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불완전한 표현조차도 받아주시고, 그 안의 진심을 보십니다.
하나님은 반복된 헌신 속에서도 ‘진심’을 찾으십니다. 똑같은 봉사를 반복해도, 똑같은 예배를 드려도, 그 안에 사랑과 믿음이 담겨 있다면 하나님은 그것을 하나하나 기억하시고 기뻐하십니다.
열두 지파의 일치, 공동체의 연합을 세우다
각 지파가 드린 예물이 동일하다는 것은 또 다른 중요한 메시지를 줍니다. 하나님께서 각 지파에게 요구하신 예물의 기준은 동일했고, 각 지파는 이 요구에 순종하여 일치된 모습으로 예물을 드립니다.
이는 공동체의 하나 됨을 보여주는 상징이었습니다. 어떤 지파도 더 많거나 적게 드리지 않았고, 어떤 지파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따로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동일한 형식과 내용으로 하나님의 거룩한 사역에 참여했습니다.
오늘날 교회 공동체가 배워야 할 모습입니다. 때로 우리는 다양한 은사와 배경, 재능으로 인해 서로를 비교하고 경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의 헌신은 누구나 동일한 정성, 동일한 사랑으로 드리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 내용이 똑같을 수는 없지만, 그 정신은 같아야 합니다.
교회의 사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말씀으로, 누군가는 봉사로, 누군가는 재정으로, 누군가는 기도로 섬기지만, 그 섬김이 하나의 중심, 곧 하나님께 향한 마음으로 일치된다면, 그것은 교회를 세우는 강력한 힘이 됩니다.
열두 지파의 지휘관들이 하루하루 제단 앞에 나아가 같은 예물을 드리는 장면은, 마치 오늘날 성도들이 매주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말씀과 찬양으로 예배하는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단조로워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임재와 공동체의 연합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각 지파의 헌신을 통해 이스라엘 전체를 하나 되게 하셨습니다. 그것은 단지 형식의 통일이 아니라, 마음의 연합이었습니다. 나도 하나님께 드리겠다는 마음, 나도 이 성막의 사역에 동참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모두에게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나님은 헌신 위에 말씀하십니다
가장 마지막 절인 89절은 매우 인상적인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모세가 회막에 들어가서 여호와께 말하려 할 때에 증거궤 위 속죄소 두 그룹 사이에서 자기에게 말씀하시는 목소리를 들었으니 여호와께서 그에게 말씀하심이었더라.”
모세가 회막에 들어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이 장면은 단순한 대화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자리에, 하나님의 종이 들어가고, 거기에서 말씀을 듣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 바로 앞의 예물 봉헌 이후에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하나님은 ‘헌신된 곳’에 임재하십니다. 예물이 드려지고, 공동체가 하나 되어 하나님께 나아간 그 자리, 바로 그 곳에서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다시 말해, 헌신 위에 하나님의 음성이 임합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 하지만, 헌신은 없이 응답만 원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임재는 준비된 자리에, 헌신된 자리 위에 임합니다. 예배가 살아 있고, 섬김이 있고, 정성이 가득한 그 자리에 하나님은 오셔서 말씀하십니다.
모세는 단지 지도자였기 때문에 하나님과 대화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가 머무는 자리에 들어갔고, 그 자리에는 이미 열두 지파의 순종과 헌신이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그런 자리에 임하십니다. 준비된 마음, 드려진 손, 순종으로 가득한 공동체 안에 하나님은 말씀하시며 역사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싶다면, 먼저 예물을 준비해야 합니다. 예배를 준비해야 하고, 마음을 드려야 하며, 하나님께 나아갈 자리를 정결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준비가 반복처럼 느껴질지라도, 하나님은 그 반복을 기뻐 받으시고, 그 헌신을 기억하십니다. 오늘도 주일마다 똑같이 예배드리는 것 같아도, 날마다 기도하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져도, 하나님은 그 속에서 말씀하시고 임재하십니다.
결론
민수기 7장 10절부터 89절까지의 말씀은 반복되는 예물의 기록 속에서도 지루함이 아닌, 감동과 헌신의 진실함을 보여주는 귀한 본문입니다. 하나님은 각 지파의 동일한 헌신을 반복해서 기록하심으로써, 모든 지파의 정성과 사랑을 하나도 빠짐없이 받으셨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그리고 그 헌신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하나님이 모세에게 말씀하시는 임재의 사건이 펼쳐집니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헌신 위에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공동체를 살리고, 인도하고, 견고하게 세우는 능력이 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나님 앞에 드리는 여러분의 헌신이 아무리 반복되고 작아 보여도, 하나님은 하나하나 기억하십니다. 그리고 그 헌신이 쌓인 그 자리에서, 하나님은 반드시 말씀하십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를 부르십니다. 다시 한번 정성을 다해 예배하고, 말씀을 붙들고, 반복되는 섬김이라도 기쁨으로 감당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반복은 형식이 아니라 신실함입니다. 그 신실함 위에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우리의 영혼을 살리고, 공동체를 세우며,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 가운데 이루어 가게 하십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그 자리에 서십시오.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기다리는, 헌신의 자리 말입니다.
[생명의 삶] 2025년 3월 묵상 본문입니다. 묵상 본문을 클릭하시면 각 본문에 따라 묵상을 따라 설교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말씀을 묵상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 깊이 알아가는 복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성경토픽 > 생명의삶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수기 8:1~13 주해 및 묵상 (0) | 2025.03.24 |
---|---|
생명의 삶 2025년 4월 본문 (0) | 2025.03.24 |
민수기 7:1~9 주해 및 묵상 (0) | 2025.03.24 |
민수기 6:13~27 (0) | 2025.03.24 |
민수기 6:1~12 주해 및 묵상 (0) | 2025.03.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