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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주일 설교, 벧전 1:3-5 썩지 않고 더럽지 않고 쇠하지 않는 유업

케리그마 2025.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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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소망, 무너지지 않는 유업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은 부활주일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다시 살아나신 날, 인류의 운명을 바꾸는 가장 위대한 아침입니다. 무덤을 뚫고 피어난 생명, 죽음을 짓밟고 선 희망의 새벽, 그날을 기념하며 우리는 다시 신앙의 중심으로 초대받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 부활이 단지 예수님의 이야기로만 머물러 있다면, 우리의 신앙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입니다. 부활은 역사적 사건이지만, 동시에 우리 존재 전체를 재정의하는 신앙의 심장입니다.

오늘 본문 베드로전서 1장 3절부터 5절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를 강력하고도 시적으로 선포합니다. 바울이 로마서를 통해 부활을 '정체성의 변화'로 설명했다면, 베드로는 이 본문에서 부활을 '상속받은 소망의 개벽'으로 말합니다. 이 말씀은 고난의 시대를 지나던 초대 교회 성도들에게 던져진 부활의 선언이자,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구속의 초대장입니다.

긍휼에서 흘러나온 산 소망 (벧전 1:3)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나님을 찬송하리로다 그의 많으신 긍휼대로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게 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를 거듭나게 하사 산 소망이 있게 하시며"(벧전 1:3)

베드로는 이 찬양의 고백을 ‘긍휼’로부터 시작합니다. 부활은 하나님의 긍휼에서 비롯된 사건입니다. 그 긍휼은 무정한 세상 가운데 스며든 하나님의 애끓는 심장이었고, 죄로 얼룩진 인류를 향한 회복의 손짓이었습니다. 그 긍휼이 절정에 이르러 십자가를 지나 부활로 피어났습니다.

‘산 소망’이라는 표현은 놀라운 대조를 이룹니다. 세상의 소망은 때로 허상처럼 사라지고, 죽은 약속처럼 껍데기만 남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주어진 소망은 살아 있습니다. 그것은 살아 숨 쉬는 능력이요,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등불입니다.

이 산 소망은 단지 “잘 되겠지” 하는 막연한 낙관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극휼로부터 나온 생명력 있는 현실이며, 다시 살아나신 그리스도 안에서 보증된 확신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다시 이 산 소망을 부여잡아야 합니다. 상황이 아니라 부활의 사실에 기대어 살아야 합니다.

썩지 않고 더럽지 않고 쇠하지 않는 유업 (벧전 1:4)

"썩지 않고 더럽지 않고 쇠하지 아니하는 유업을 있게 하시나니 곧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 간직하신 것이라"(벧전 1:4)

베드로는 부활로 인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유업’이라고 표현합니다. 유업이란 상속자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부활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기에, 이제는 상속자라는 정체성을 얻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유업의 성질을 세 가지 단어로 설명합니다.

첫째, ‘썩지 않고’. 생명의 유업은 시간의 부패에 의해 손상되지 않습니다. 세상의 것은 시간이 지나면 변질되고 사라지지만, 부활의 유업은 영원의 속성을 지닙니다.

둘째, ‘더럽지 않고’. 이 유업은 죄로부터 흠집 나지 않습니다. 정결함을 잃지 않는 순전한 본질입니다. 세상의 유업은 종종 죄악으로 얼룩지기 쉬우나, 하나님께서 주신 유업은 성결의 본질을 가집니다.

셋째, ‘쇠하지 않고’. 이 말은 유업이 점점 약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육체도, 재물도, 인간관계도 쇠할 수 있지만, 부활의 유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명확히 드러나며, 쇠함이 없는 영광으로 채워집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이 유업이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 간직하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들을 위해 이 유업을 보존하고 계십니다. 유업은 안전합니다. 그것은 도난당하지 않으며, 변질되지 않으며, 누락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늘의 금고’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으로 보호받는 믿음 (벧전 1:5)

"너희는 말세에 나타내기로 예비하신 구원을 얻기 위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능력으로 보호하심을 입었느니라"(벧전 1:5)

여기서 베드로는 이 유업이 단지 미래에 보장된 것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님의 능력으로 보호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 보호의 조건이 믿음이라고 말합니다.

믿음은 그 유업과 우리가 연결되는 신비로운 줄기입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과 우리를 잇는 생명의 파이프입니다. 믿음이 있는 자는 지금도 하나님의 능력 안에 거합니다.

특히 이 말씀은 ‘말세에 나타날 구원’이라는 표현을 통해, 부활의 완성이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미래에 향한 소망이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우리가 지금 믿음으로 부활을 붙들고 살아가는 이유는, 그날의 구원이 반드시 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도 많은 위협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능력은,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심지처럼, 우리 믿음을 지키시고, 하늘의 유업을 향해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마무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부활주일 아침, 우리는 그리스도의 부활로 인해 다시 태어난 존재가 되었음을 기억합시다. 우리는 하나님의 긍휼로 인해 산 소망을 소유한 자들이며, 썩지 않고 더럽지 않고 쇠하지 않는 유업을 하늘에 간직한 상속자들이며, 믿음을 통해 하나님의 능력 안에서 보호받는 백성들입니다.

이것이 부활의 복음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정체성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세상의 폭풍 속에서도 이 산 소망을 부여잡고, 하늘의 유업을 향해 믿음으로 나아가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도착할 그날, 부활하신 주님이 다시 우리를 맞이하실 것입니다.

그분은 살아 계십니다. 그리고 그 생명으로 오늘 우리도 살아갑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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