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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주일 설교, 로마서 6:4-11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함께 살고

케리그마 2025.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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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생명으로, 부활의 연합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부활주일입니다. 십자가에서 흘린 보혈이 땅을 적셨던 그날 이후, 사흘 만에 무덤은 비어 있었고, 돌은 굴려졌으며, 주님은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살아나셨습니다. 그러나 그 부활이 단지 역사적 사실로 머문다면, 우리 삶은 여전히 죄의 무게 아래 눌려 있을 것입니다. 바울은 로마서 6장에서 부활의 의미를 단지 ‘기적’이나 ‘승리’의 관점이 아니라, ‘연합’이라는 신비 속에서 풀어냅니다.

오늘 본문은 로마서 6장 4절부터 11절까지입니다. 이 말씀은 단지 부활하신 주님에 대한 선포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가 부활의 생명으로 다시 살아났음을 선언하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부활에 참여한 자요,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겨진 자들입니다. 부활은 ‘그분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입니다.

옛 사람의 죽음, 새 사람의 탄생 (롬 6:4-6)

"그러므로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음으로 그와 함께 장사되었나니 이는 아버지의 영광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 같이 우리로 또한 새 생명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함이라"(롬 6:4)

바울은 ‘세례’를 단지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 예수님의 죽음과 함께 ‘합하여 장사된 것’이라 말합니다. ‘합하여’라는 말은 헬라어로 ‘숨푸토스(symphytos)’, 즉 ‘함께 심겨진’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심겨졌고, 무덤에 뿌리박았으며, 그분과 함께 새로운 생명으로 일으켜졌습니다.

이것은 신비입니다. 부활은 저 멀리 예루살렘 한 무덤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서도 일어난 사건입니다. 옛 사람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고, 이제 우리는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존재들입니다(롬 6:6).

성도 여러분, 우리는 단지 ‘용서받은 죄인’이 아닙니다. 우리는 ‘다시 태어난 자들’입니다. 이는 정체성의 대전환입니다. 우리는 죄의 그늘 아래 있던 존재에서, 은혜의 햇살 아래 사는 존재로 옮겨졌습니다.

부활의 본질은 생명입니다 (롬 6:7-9)

"이는 죽은 자가 죄에서 벗어나 의롭다 하심을 얻었음이라...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으매 다시 죽지 아니하시고 사망이 다시 그를 주장하지 못하리라"(롬 6:7-9)

바울은 부활의 본질을 ‘생명’으로 풀어냅니다. 예수님은 죽으심으로 죄의 값을 지불하셨고, 살아나심으로 그 권세에서 벗어나셨습니다. 다시는 죽지 않으십니다. 더 이상 죽음은 그분을 묶어둘 수 없습니다.

이 말씀은 단지 예수님의 존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과 함께 죽고 함께 살아난 우리에게도 해당됩니다. 우리 역시 ‘다시 죽지 않는’ 존재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죽음’은 단지 육체적 죽음을 말하지 않습니다. 영적 사망, 곧 죄의 지배 아래 있던 존재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제 우리는 그 자리에서 완전히 이탈한 자들입니다.

사망이 우리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 주권이 없습니다. 부활은 단지 종말의 승리를 예고하는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자유를 선언하는 능력입니다. 이 진리를 믿는 자는 더 이상 죄의 유혹 앞에 무기력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죽은 자 같이 여기라 (롬 6:10-11)

"그가 죽으심은 죄에 대하여 단번에 죽으심이요 그가 살아 계심은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 계심이니 이와 같이 너희도 너희 자신을 죄에 대하여는 죽은 자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 대하여는 살아 있는 자로 여길지어다"(롬 6:10-11)

바울은 마지막으로 강력한 요청을 던집니다. ‘여기라’, 즉 ‘계산하라’, ‘생각을 바꾸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입니다. ‘나는 죄에 대해 죽은 자다’라는 사실을 선포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때로 유혹 앞에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바울은 말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너는 이미 죽은 자다. 그러니 다시 죄가 너를 주장하게 두지 말라." 죄에 대해 죽었다는 것은, 죄가 더 이상 우리를 노예로 부릴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죄의 장례를 치른 자들입니다. 더 이상 그 무덤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 있는 자입니다. 이제 우리는 생명의 하나님께 반응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기도는 살아 있는 자의 호흡이고, 예배는 살아 있는 자의 향기입니다. 하나님의 말씀 앞에 우리가 반응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부활의 증거입니다.

마무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부활주일은 그리스도의 빈 무덤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우리의 ‘채워진 정체성’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죽었고, 이제는 살아났습니다. 주님의 죽음에 함께 묻혔고, 그분의 생명에 함께 일어났습니다.

부활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삶이며, 미래의 소망입니다. 우리는 부활을 기다리는 자들이 아니라, 부활 안에서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그분과 함께 걸어야 합니다. 생명으로, 빛으로, 거룩함으로.

오늘 이 부활의 아침, 여러분 안에 있는 옛 사람의 흔적들을 그 무덤에 묻어두십시오. 그리고 새 생명의 사람으로, 하나님께 반응하는 존재로, 다시 살아나십시오. 부활의 삶은 지금, 여기서부터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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