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8:31 - 18:43 묵상, 눈먼 자를 향한 빛, 십자가를 향한 길
눈먼 자를 향한 빛, 십자가를 향한 길
누가복음 18장 31절부터 43절까지는 예수님의 순환 예고와 여리고에서 한 맹인을 고치신 사건이 함께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두 장면은 표면적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영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예수님의 길과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십자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시는 주님의 발걸음과, 그분 앞에서 눈을 뜨게 된 맹인의 믿음은 믿음과 구원의 진리를 강하게 드러냅니다.
제자들이 듣지 못한 예고 – 예수님의 십자가 선언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를 데리시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면서 그들에게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예고하십니다. “보라 우리가 예루살렘에 올라가노니 선지자들을 통하여 기록된 모든 것이 인자에게 응하리라”(31절)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기록된 모든 것”이란 구약 선지자들이 메시아에 대해 예언한 내용들을 가리킵니다. 특히 이사야 53장, 시편 22편, 스가랴 13장과 같은 말씀들이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인자’는 예수께서 자주 사용하신 호칭으로, 다니엘서 7장 13절의 종말론적 메시야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은 자신이 단순한 윤리 교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오래 전부터 계획하신 구속의 역사를 이루는 메시아임을 선포하십니다. “그가 이방인들에게 넘겨져 조롱을 받고 능욕을 당하며 침 뱉음을 당하겠고”(32절), “그들은 채찍질하고 그를 죽일 것이나 그는 삼일 만에 살아나리라”(33절)는 이 구절은 십자가 사건의 전모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고난의 세부 묘사는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예수님의 의지적 선택이었고, 순종의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이 말씀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 말씀을 하나도 깨닫지 못하였으니 그 뜻이 감추어졌으므로 그들이 그 이르신 바를 알지 못하였더라”(34절). 헬라어 원문에서 ‘감추어졌다’는 “ἐκαλύφθη(ekalyphthē)”는 수동태로, 하나님께서 일정한 시점까지는 그들의 깨달음을 유보하셨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제자들은 아직 고난 받는 메시아라는 개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정치적 해방자, 능력 있는 왕으로서의 메시아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이미 세 번째로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셨지만(눅 9:22, 9:44 참조), 그들은 영적인 눈이 가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향해 나아가시는 길은 고난과 죽음의 길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하나님의 구속사가 이루어지는 길입니다. 이 길은 우연이 아닌 예언의 성취이며, 하나님의 구속 계획이 실현되는 구원의 통로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십자가는 비극이 아니라, 영광의 길이며, 인류를 위한 하나님의 깊은 사랑의 표현입니다.
여리고의 한 맹인 – 들을 수 있었던 믿음의 눈
바로 이어지는 장면은 예수께서 여리고에 가까이 가셨을 때, 길가에 앉아 구걸하던 한 맹인과의 만남입니다. 마가복음과 마태복음에는 이 맹인을 ‘바디매오’라고 소개하기도 하지만, 누가는 인물의 이름을 생략하고 맹인의 상태에 집중합니다. 그는 시각을 잃었지만, 청각과 내면의 감각은 열려 있었고, ‘지나는 무리가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지나가신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38절)
‘다윗의 자손’이라는 호칭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고백하는 칭호입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선지자 혹은 능력자 정도로 여겼지만, 이 맹인은 그분을 구약의 약속 속에 있는 메시아로 고백합니다. 그는 육체의 눈은 멀었지만, 영적인 눈은 열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외친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말은 헬라어 “ἐλέησόν με(eleeison me)”로,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는 절박한 간구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꾸짖어 잠잠하라 합니다. 그러나 그는 더욱 크게 외칩니다(39절). 믿음은 종종 방해를 만납니다. 상황이 어렵거나, 사람들이 막거나, 자신의 연약함이 발목을 잡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믿음은 그것을 뚫고 나아갑니다. 맹인은 사람들이 막을수록 더 간절히 외쳤고, 결국 그의 목소리는 예수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예수께서 “내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고 물으셨을 때, 그는 지체 없이 “보기를 원하나이다”(41절)라고 대답합니다. 여기서 ‘보다’는 동사는 헬라어 “ἀναβλέψω(anablepsō)”로, 다시 본다는 뜻을 가집니다. 육체의 회복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믿음을 통한 영적 시력의 회복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은 곧바로 응답하십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42절)
구원이라는 단어는 헬라어 “σέσωκέν(sezōken)”으로, 단지 육체적 치유를 넘어서서 전인격적 구원을 의미합니다. 이 구절은 육체의 눈뿐 아니라, 영혼까지 살리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맹인은 곧 ‘보게 되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예수를 따릅니다(43절). 여리고 거리에서 한 맹인이 보인 이 믿음은, 앞서 고난을 예고하신 예수님의 십자가와 연결되며, 그 길이 구원의 길임을 보여줍니다.
눈을 뜬 자의 길 – 제자가 되는 여정
맹인이 눈을 떴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곧바로 예수를 따랐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를 따르니 백성이 다 이를 보고 하나님을 찬양하니라”(43절). 단순한 이적의 수혜자로 머무르지 않고, 곧장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제자의 삶으로 들어섭니다. 이것이 진정한 믿음의 열매입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께 무엇을 구하고, 그것이 응답되면 그 자리에서 머물려는 유혹에 빠집니다. 그러나 진짜 믿음은 응답 이후의 길이 있으며, 그 길은 곧 제자의 길입니다.
이 맹인은 어쩌면 제자들보다 더 선명하게 예수님의 정체를 보았고, 더 분명하게 그분의 뒤를 따랐습니다. 제자들은 십자가 예고를 듣고도 깨닫지 못했지만, 맹인은 메시아를 보고 따랐습니다. 그는 지식이나 율법적 배경이 아닌, 순전한 믿음 하나로 그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맹인의 고백과 예수님의 응답, 그리고 그 이후의 행동은 우리에게 오늘 무엇을 가르쳐 줍니까? 신앙은 단순히 바라는 것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은 구주를 알아보고, 그분의 음성에 반응하며, 그분의 길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자는 눈이 뜨이고, 눈이 뜬 자는 길을 따릅니다. 그것이 주님의 길이며, 믿음의 길입니다.
결론
누가복음 18장 31절부터 43절까지는 고난과 구원의 길, 그리고 믿음의 반응이 교차하는 장면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십자가의 길을 예고하셨지만, 그들은 아직 깨닫지 못합니다. 그러나 여리고의 한 맹인은 눈은 멀었지만, 믿음으로 주님을 알아보고 외쳤으며, 결국 눈을 떠 주님을 따릅니다. 이 두 대조적인 반응은 오늘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십자가의 길은 고난과 포기의 길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생명의 길이며, 진리의 길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영적인 눈을 감고 세상의 가치와 기준 속에서 예수님을 따르려 합니까?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묻습니다. “내가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구하겠습니까?
단지 문제 해결이나 육체적 회복을 넘어서, “주님을 보게 하옵소서”라고 고백하는 자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우리의 눈을 여실 때, 그 자리에서 머무르지 않고, 주님의 뒤를 따르는 제자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십자가를 향한 주님의 발걸음은 우리를 위한 사랑의 걸음이었고, 그 걸음을 따라 걷는 것이야말로 참된 신앙인의 길입니다. 오늘도 우리 모두가 주님의 그 길을 믿음으로 따르며,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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