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보서 3:12 - 3:21 묵상, 푯대를 향하여

부름의 상을 향하여 달리는 자의 삶

오늘도 주의 음성 듣기 원하여 이곳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가 넘치기를 원합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할 말씀은 빌립보서 3장 12절부터 21절까지입니다. 이 본문은 사도 바울이 믿음의 여정을 ‘경주’에 비유하며, 이미 이루었으나 아직 이루지 못한 것처럼 살아가는 신앙인의 긴장된 자세를 아주 생생하게 묘사한 말씀입니다. 그는 과거의 자랑을 버리고, 현재의 고난을 감수하며, 미래의 영광을 소망하는 구속사적인 신앙 여정의 구조를 고백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의 가치가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고 고백한 이후, 자신이 이미 완성된 자가 아니라고 말하며, 오히려 날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말씀은 단지 바울 개인의 신앙 간증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부름의 상’을 향해 달려가는 신앙의 자세가 무엇인지, 땅의 것을 생각하지 않고 하늘 시민권자로 살아가는 성도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깊이 새겨야 할 복음의 삶의 지침입니다.

이루었으나 이루지 못한 자의 고백 (빌립보서 3:12–13)

바울은 먼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빌립보서 3:12). 여기서 '잡다'는 표현은 헬라어 (καταλάβω, 카탈라보)로, ‘움켜쥐다, 완전히 붙잡다’는 의미입니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께 ‘붙잡힘’(κατελήμφθην, 카텔렘프쎄) 바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자신도 그리스도를 붙잡고자 계속해서 달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구속사적 삶의 역설입니다. 이미 은혜로 붙들린 존재이지만, 그 은혜의 목적이 온전히 이루어질 때까지는 끊임없이 전진해야 한다는 ‘이미와 아직’ 사이의 신앙의 긴장입니다. 바울은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빌립보서 3:13)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면서, 그리스도인의 삶이 자족이나 안주가 아닌, 끊임없는 추구의 삶임을 강조합니다.

이는 오늘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영적 교훈을 줍니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을 받았다고 해서, 신앙이 멈추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구원이 우리를 완전한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빚어 가시는 성화의 여정이라면, 우리는 여전히 달려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아직도 채워야 할 사랑이 있고, 닮아야 할 겸손이 있으며, 싸워야 할 죄성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뒤를 잊고 앞을 향하여 (빌립보서 3:13–14)

바울은 이어서 신앙의 방향성을 이렇게 말합니다.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빌립보서 3:13). ‘잊어버린다’는 단어는 헬라어 (ἐπιλανθανόμενος, 에필란타노메노스)로, 의도적으로 기억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과거의 실패뿐 아니라, 과거의 자랑조차도 내려놓는 결단입니다.

이제 바울은 “표 때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빌립보서 3:14)고 고백합니다. 여기서 '표 때'는 헬라어 (σκοπὸν, 스코폰)이며, 경주자가 바라보는 결승선의 표식, 즉 최종 목표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좇아간다'(διώκω, 디오코)는 단순한 달리기가 아니라, 전심을 다해 뒤쫓는 추격을 뜻합니다.

‘부름의 상’(βραβεῖον, 브라베이온)은 경기에서 승자에게 주어지는 월계관이자, 궁극적인 보상입니다. 바울에게 그 상은 ‘그리스도 자신’이며, 그분과의 영원한 연합입니다. 이 고백은 구속사적으로 우리가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형상을 온전히 이루기까지 나아가야 할 성화의 경주임을 알려줍니다.

성숙한 자의 표지, 같은 마음과 행함 (빌립보서 3:15–17)

바울은 “그러므로 누구든지 우리 온전히 이룬 자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니라”(빌립보서 3:15)라고 말하며, 신앙의 성숙이 어떤 태도에서 나타나야 하는지를 강조합니다. 여기서 ‘온전히 이룬 자들’은 헬라어 (τέλειοι, 텔레이오이)로, ‘성숙한 자들’을 의미하며, 완벽한 자가 아니라 분별력을 가진 자, 복음의 중심을 바르게 아는 자들을 뜻합니다.

이러한 성숙은 ‘같은 뜻’(φρονεῖν, 프로네인)을 품는 데서 나타납니다. 이는 단순히 의견의 일치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2:5)과 같이 자기 비움, 겸손, 순종, 복음을 위한 헌신이라는 중심 가치에서의 일치입니다. 바울은 그 중심을 따르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친히 그것을 교정하실 것이라고 말하며(빌립보서 3:15), 결국 성숙이란 자기 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다스림 아래 마음을 조율해 가는 삶임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는 “오직 우리가 어디까지 이르렀든지 그대로 행할 것이라”(빌립보서 3:16)고 덧붙입니다. 이는 성숙이란 생각만이 아니라 일치된 실천이 따라야 함을 의미합니다. 성도는 진리 안에서 연합하고, 그 진리에 따라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형제들아 너희는 함께 나를 본받으라”(빌립보서 3:17). 여기서 ‘본받다’는 헬라어 (συμμιμηταί, 쉼미메타이)는 ‘함께 본받는 자들’, 즉 공동체적 모범 따르기를 의미합니다.

교회는 누구를 따를 것인가보다, 어떻게 따를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바울은 자신을 따르되, 자신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방식 안에서 따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인간을 따르라는 권면이 아니라, 복음 중심의 삶을 따르라는 초청입니다.

땅의 것을 생각하는 자 vs 하늘의 시민권자 (빌립보서 3:18–21)

바울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여러 번 너희에게 말하였거니와 이제도 눈물을 흘리며 말하노니 여러 사람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행하느니라”(빌립보서 3:18). 여기서 ‘십자가의 원수’(ἐχθροὺς τοῦ σταυροῦ, 에크쓰루스 투 스타우루)는 명백한 이단이나 불신자일 수도 있지만, 더 깊이 보면 복음을 입으로는 고백하면서도 삶의 방식은 십자가와 거리가 먼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신은 배요’(빌립보서 3:19), 다시 말해 탐욕과 쾌락을 따라 살아갑니다. ‘그 영광은 그들의 부끄러움에 있고 땅의 일을 생각하는 자’라는 표현은, 육체적 자랑을 하면서도 사실은 하나님 앞에서 수치를 모르고 살아가는 자들의 모습입니다.

이에 반해 바울은 선포합니다. “오직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 거기로부터 구원하는 자 곧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노니”(빌립보서 3:20). 여기서 ‘시민권’(πολίτευμα, 폴리튜에마)은 로마 시민권처럼 자부심과 소속, 삶의 기준을 결정짓는 정체성을 말합니다. 우리는 이 땅에 살지만 하늘의 원칙과 가치, 목적을 따라 살아가는 하늘의 시민들입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말합니다. “그가 만물을 자기에게 복종하게 하실 수 있는 자의 역사로 우리의 낮은 몸을 자기 영광의 몸의 형체와 같이 변하게 하시리라”(빌립보서 3:21). 여기서 ‘변하게 하시리라’(μετασχηματίσει, 메타스케마티세이)는 형태를 바꾸되 본질은 유지하는 영광스러운 변화를 말합니다. 이 구절은 신자의 궁극적 소망인 몸의 부활과 영화의 약속을 나타내며, 우리의 모든 달려감은 이 부활의 소망 안에 있다는 것을 선포합니다.

결론 정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한 빌립보서 3장 12절부터 21절까지의 말씀은, 신앙은 멈춤이 아니라 끊임없는 경주이며, 그 목표는 단지 성공이나 자기만족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얻고, 그의 형상을 이루는 것이라는 구속사적 진리를 선포합니다.

이 본문을 통해 우리는 다음의 영적 교훈을 얻습니다.
첫째, 신앙은 이미 얻었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을 향해 전진하는 ‘긴장된 여정’입니다.
둘째, 그리스도인이 자랑할 것은 과거가 아니라, 부름의 상을 향해 나아가는 방향성입니다.
셋째, 성숙한 자는 같은 마음과 실천으로 복음 중심의 삶을 함께 걸어가는 자입니다.
넷째, 땅의 것이 아니라 하늘의 시민권자로서 영광의 부활을 기다리는 소망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이제 우리도 바울처럼, 주께 붙들린 자답게 그분을 향해 달려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늘의 부름의 상을 위해, 오늘도 앞을 향해 달려가시는 여러분 되시기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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