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보서 4:1 - 4:9 묵상, 주 안에서 굳게 서라

평안의 하나님을 누리는 삶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은 항상 말씀하십니다. 오늘도 우리 가운데 역사하시고 말씀하실 하나님을 만나기를 원합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할 말씀은 빌립보서 4장 1절부터 9절까지입니다. 바울은 이 마지막 권면에서 복음 공동체가 경험해야 할 참된 평안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바울은 로마의 감옥이라는 현실적 제약 속에 있지만, 그의 영혼은 평안하며, 오히려 공동체를 위로하고 세우는 말씀으로 넘쳐납니다. 오늘 이 본문을 통해 우리는 ‘복음 안에서의 평안’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공동체의 화해, 기도의 신실함, 감사의 태도, 그리고 복음적 사고와 실천의 열매임을 배웁니다.

 

빌립보서 전체가 ‘기쁨’과 ‘그리스도 중심의 삶’을 강조해왔다면, 이제 바울은 그 기쁨이 공동체 안에서 실현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곧 화목, 기도, 감사, 생각과 실천의 일치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모든 말씀은 복음으로 붙들린 성도들이 매일 삶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가르쳐 주는 구속사적 지침이 됩니다.

 

주 안에서 굳게 서라 (빌립보서 4:1)

바울은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고 사모하는 형제들, 나의 기쁨이요 면류관인 사랑하는 자들아 이와 같이 주 안에 서라”(빌립보서 4:1)고 말합니다. 여기서 ‘서라’는 동사 (στήκετε, 스테케테)는 군사적 표현으로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다’, ‘견고히 버티다’는 의미입니다. 복음에 합당한 삶은 외부의 공격이나 내부의 불화 앞에서도 주 안에 굳게 서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 구절에서 바울은 빌립보 교회 성도들을 ‘나의 기쁨이요 면류관’이라고 부릅니다. ‘면류관’(στέφανος, 스테파노스)은 경기에서 승리한 자에게 수여되는 영예의 상징이자, 바울이 복음을 통해 얻게 된 영적 보람과 열매를 의미합니다. 이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단지 공동체의 일원이 아니라, 바울에게 있어 구속사의 성취를 증명하는 증인들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이 주 안에 서라’는 말은 빌립보서 3장 마지막 부분과 연결되며, 하늘의 시민권자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요청입니다. 믿음은 단지 개인의 체험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중심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나타나야 합니다. 오늘 우리도 어디에서든 그리스도 안에 굳게 서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빌립보에서의 면류관이 갖는 의미

바울 시대의 빌립보에서 '면류관'(στέφανος, 스테파노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당시 사회와 문화 속에서 명예와 승리, 충성, 공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상이었습니다. 스테파노스는 원래 올리브 가지나 월계수, 때로는 금속으로 만들어 머리에 씌우는 고리 형태의 관이었으며, 고대 그리스–로마 세계에서 특히 다음 세 가지 상징성을 지녔습니다.

첫째, 경기의 승리의 상징입니다. 올림픽이나 지역 체육 경기에서 승리한 자에게는 스테파노스가 주어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트로피가 아니라, 사회적 명예와 지위를 의미했습니다. 따라서 바울이 "나의 기쁨이요 면류관인 사랑하는 자들아"(빌립보서 4:1)라고 표현할 때, 이는 빌립보 성도들이 복음의 경주에서 함께 승리한 영적 열매이자 자랑의 대상임을 뜻합니다.

둘째, 군사적 충성의 보상이었습니다. 빌립보는 로마 제국 내 대표적인 군사 식민 도시로, 많은 퇴역 군인들이 살았던 곳입니다. 로마 제국은 전투에서 공을 세운 병사에게 스테파노스를 수여했습니다. 이는 충성의 증표이자 황제의 은혜를 입은 자라는 표식이었습니다. 바울이 이 말을 사용할 때, 빌립보 시민은 곧바로 복음의 싸움을 위한 충성스러운 병사로서의 정체성을 연상했을 것입니다.

셋째, 영광과 생명의 상징입니다. 철학적·종교적으로 면류관은 영적 완성과 생명의 보상을 의미했습니다. 신전 제사장들이나 종교적 헌신자들에게도 스테파노스는 경건과 헌신의 열매로 주어졌습니다. 바울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그리스도께서 주실 ‘의의 면류관’(디모데후서 4:8) 또는 ‘생명의 면류관’(야고보서 1:12)을 구속사적으로 해석하여 사용한 것입니다.

결국, 빌립보에서 ‘면류관’은 단지 승리를 넘어, 삶 전체를 바친 자에게 주어지는 명예로운 보상이었습니다. 바울은 이 단어를 통해, 빌립보 성도들이 자신의 복음 사역의 보람이요, 하나님께서 주실 영광의 보상임을 선포하며, 그들을 구속사적 기쁨의 정점에 위치시킨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도 복음에 충성한 자에게 주어질 영원한 영광을 사모하며 살아야 함을 깨닫게 합니다.

 

하나됨을 이루라 (빌립보서 4:2–3)

바울은 이어서 실명을 거론하며 교회의 갈등을 다룹니다. “내가 유오디아를 권하고 순두게를 권하노니 주 안에서 같은 마음을 품으라”(빌립보서 4:2). 이 구절은 매우 중요한 목회적 장면입니다. 유오디아와 순두게는 여성 지도자로 추정되며, 교회의 핵심 일꾼들이었으나 어떤 이유로 갈등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마음을 품으라’는 말은 헬라어 (φρονεῖν, 프로네인)이며, 빌립보서 2장에서 말한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으라’는 표현과 동일한 어근을 사용합니다. 단지 의견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기 비움과 복음 중심의 사고방식을 공유하라는 뜻입니다. 바울은 교회의 연합이 개인의 감정보다, 복음의 진보와 하나님 나라의 목적에 기반해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참으로 나의 멍에를 같이한 자’(빌립보서 4:3)에게 이 문제에 개입하여 그들을 도우라고 권합니다. 여기서 ‘멍에를 같이한 자’(συζυγέ, 쉬주게)는 이름일 수도 있고, 바울의 동역자를 은유적으로 지칭한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 안의 문제는 공동체가 함께 짊어지고 회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그들의 이름이 생명책에 있음이라”고 말하며, 이들이 결코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유업을 함께 이을 자들이라는 신학적 정체성을 부각시킵니다. 갈등은 인간적인 차이에서 비롯되지만, 해결은 구속사의 진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기도하라 (빌립보서 4:4–7)

바울은 다시금 반복하여 말합니다.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빌립보서 4:4). 여기서 ‘항상’(πάντοτε, 판토테)은 그리스도인의 삶 전체를 의미하는 시간 표현입니다. 이 기쁨은 감정적 쾌감이 아니라, 구속받은 자로서의 신앙의 자세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권합니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립보서 4:6). ‘염려’(μεριμνᾶτε, 메림나테)는 마음이 나뉘어 산만한 상태를 가리키는 단어이며,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에서 말씀하신 것과 동일한 의미입니다. 바울은 염려를 대체할 유일한 방법으로 ‘기도와 간구’를 제시합니다. ‘기도’(προσευχή, 프로슈케)는 하나님과의 교제 전체를, ‘간구’(δέησις, 데에시스)는 간절한 요청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는 반드시 ‘감사함으로’ 아뢰라고 덧붙입니다. 감사는 결과에 대한 조건적 반응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대한 선제적 고백입니다. 그때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립보서 4:7)고 약속하십니다.

 

여기서 ‘지키시리라’(φρουρήσει, 프루레세이)는 군사적 단어로, ‘초소를 지키다’, ‘포위하여 보호하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의 평강은 단지 위로가 아니라, 성도를 영적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정신과 감정을 보호해 주는 하나님의 초자연적 방패입니다.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갈 것인가 (빌립보서 4:8–9)

바울은 신앙의 마지막 권면으로 사고와 실천을 연결합니다. “무엇이든지 참되며, 경건하며, 옳으며, 정결하며, 사랑 받을 만하며, 칭찬 받을 만한 일이 있으면 이것들을 생각하라”(빌립보서 4:8). 여기서 사용된 단어들은 모두 구약의 지혜 문학에서 사용된 윤리적·신학적 미덕을 나타내는 단어들입니다.

 

‘생각하라’는 헬라어 (λογίζεσθε, 로기제스데)는 단순히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깊이 묵상하고 내면화하라는 뜻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복음만 고백하고 삶은 세속의 원리에 따라 사는 이중적 삶이 아니라, 생각과 삶이 조화된 일치의 삶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바울은 “내게 배우고 받고 듣고 본 바를 행하라 그리하면 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빌립보서 4:9)고 말합니다. 이 말씀은 단지 이론을 아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본을 따라 살아가는 삶에서 하나님과의 동행과 평강이 주어진다는 구속사적 진리를 강조합니다. 그리스도인의 평강은 수동적인 마음의 평온이 아니라, 올바른 생각과 순종이 주는 하나님 임재의 열매입니다.

 

결론 정리

사랑하는 여러분, 바울은 빌립보서의 마지막 권면을 통해, 복음으로 말미암은 참된 평강이 어떻게 공동체 안에 실현될 수 있는지를 말씀하고 있습니다. 단지 신앙의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분열을 해결하고, 염려를 이기고, 생각을 새롭게 하고, 말씀을 따라 실천함으로써 하나님께서 주시는 초월적 평강을 누리는 길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본문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게 됩니다.
첫째, 주 안에 굳게 서는 삶은 공동체 안에서 연합을 이루는 데서 시작됩니다.
둘째, 모든 염려를 감사함으로 기도할 때, 하나님의 평강이 우리를 지키십니다.
셋째, 참된 기쁨과 평안은 바른 사고와 그 사고에 따른 순종에서 나옵니다.
넷째, 평강은 하나님과 함께 거하며, 그분의 말씀대로 행할 때 경험됩니다.

이제 우리도 바울이 보여준 삶처럼, 기쁨으로 충만하되 서로를 세우며, 염려 대신 기도로 나아가고, 복음의 가치에 따라 사고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때 평강의 하나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실 줄 믿습니다. 주 안에서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주께서 가까이 계십니다.

---

매일성경 5월 본문입니다. 일별 묵상 본문을 클릭하시면 각 본문에 따라 묵상을 따라 설교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매일 말씀 묵상을 통해 은혜로운 5월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