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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시리즈 1) 이사야 53장 3-5절

케리그마 2025.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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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시작: 메시아의 고난 예고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고난주간의 첫날을 맞이하면서 우리 주님의 십자가 여정을 함께 묵상하려 합니다. 그 여정의 시작은 단지 골고다 언덕에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수백 년 전, 선지자 이사야를 통해 하나님께서 이미 예비하시고 선포하신 메시아의 고난이 있었습니다. 이사야 53장 3절부터 5절까지의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예언하는 대표적인 본문입니다. 오늘 이 본문을 통해, 예수님의 고난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그 고난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된 복음의 은혜가 무엇인지 성경신학적 통찰을 나누고자 합니다.

멸시받고 버림받은 자 (이사야 53:3)

“그는 멸시를 받아 사람들에게 버림받았으며 간고를 많이 겪었으며 질고를 아는 자라…”(사 53:3)

 

여기서 우리는 메시아의 인격적 고난을 목도하게 됩니다. 히브리어로 ‘멸시’(bazah)는 무가치하게 여긴다는 의미이며, ‘버림받다’(chadel)는 고의적이고 단호한 사회적 단절을 의미합니다. 메시아는 단지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공동체로부터 철저히 배제되고 조롱받는 존재로 예언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 그대로 세상에서 조롱과 배척을 받으셨습니다. 태어나실 때부터 여관에 머물 곳이 없었고, 공생애 동안은 늘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 종교 지도자들에게 오해와 공격을 받으셨습니다. 심지어 제자들조차 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십자가를 앞둔 순간에는 모두가 도망쳤습니다. 그는 간고와 질고의 사람, 즉 고통을 단지 경험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자였습니다. 이사야는 메시아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구속계획이 어떻게 인간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부터 시작되는지를 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질고를 친히 담당하신 메시아 (이사야 53:4)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는 징벌을 받아 하나님께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 (사 53:4)

 

여기서 이사야는 메시아의 고난이 단지 개인적인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질고’(choliy)는 질병과 연약함을 뜻하며, ‘슬픔’(mak’ov)은 마음과 육체의 고통을 포함한 깊은 비탄을 가리킵니다. 메시아는 단순히 자기 죄가 아닌 ‘우리의’ 질고와 슬픔을 대신 짊어진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그들은 메시아의 고난을 하나님의 심판이라 오해합니다. “하나님께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는 말은, 십자가 위에 달린 자를 하나님의 저주받은 자로 여긴 당시 유대사회의 신학적 해석을 반영합니다. 그러나 이 고난은 바로 우리의 죄를 대신한 대속의 고난이었습니다. 성경신학적으로 이것은 속죄의 교리, 곧 대속적 죽음(substitutionary atonement)을 가장 선명하게 예언한 본문입니다.

 

예수님은 단지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는 그 고통을 실제로 짊어지셨고, 죄의 결과인 고난을 스스로 감당하셨습니다. 이 고난은 하나님의 공의에 의해 이루어진 의로운 징벌이며, 동시에 하나님의 사랑이 인류를 향해 얼마나 깊고 실제적인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찔림과 상함의 목적 (이사야 53:5)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사 53:5)

 

이 구절은 메시아 고난의 가장 핵심적인 신학적 진술입니다. ‘찔림’(dakar)은 날카로운 창이나 칼에 찔리는 물리적 고통을 뜻하며, ‘상함’(dakah)은 부서지고 으깨지는 듯한 깊은 파괴를 나타냅니다. 메시아의 고난은 철저하고도 완전한 고통이며, 이 모든 것은 ‘우리의 허물’과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는 것이 성경의 고백입니다.

 

이 구절은 그리스도의 대속 사역을 네 가지 결과로 정리합니다. 첫째, 허물로 인해 찔리셨고, 둘째, 죄악으로 인해 상하셨습니다. 셋째, 그의 징계로 인해 우리가 평화를 누리게 되었고, 넷째, 그의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는 나음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 네 가지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얼마나 깊고 실제적인지를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죄인을 단지 용서하신 것이 아니라, 죄의 결과인 상처, 깨어짐, 고통까지도 메시아의 몸에 짊어지게 하시고, 이를 통해 회복과 치유, 평화와 구속을 이루셨습니다.

 

예수님의 고난은 단지 육체적 고통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죄의 무게, 인간의 반역, 하나님의 공의 앞에 서서 그 모든 것을 감당하셨습니다. 이 고난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정죄받는 자가 아니라, ‘평화’를 누리는 자이며, ‘나음’을 얻은 자입니다. 이것이 바로 복음이며, 고난주간이 우리에게 새롭게 회복시켜주는 은혜의 메시지입니다.

 

십자가의 신학: 구속사의 중심 (이사야 53:3-5)

이사야 53장 3-5절은 단지 예언서의 한 구절이 아닙니다. 이 본문은 구속사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고백이며, 성경 전체의 줄기를 이루는 신학적 중심입니다. 신약에서 예수님은 이 말씀의 성취로 등장하시고, 사도들은 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설명합니다. 베드로는 "친히 나무에 달려 그 몸으로 우리 죄를 담당하셨다"(벧전 2:24)고 하며,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저주를 받은 자가 되셨다(갈 3:13)고 고백합니다.

 

고난주간은 단지 감상적인 슬픔에 잠기는 시간이 아닙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철저한 의와 사랑이 동시에 만나는 지점입니다. 십자가는 우리의 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드러내며, 동시에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증언합니다. 죄를 가볍게 여기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이 고난을 통해 죄의 무게를 다시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죄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신 주님의 사랑 앞에 엎드려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이사야의 예언을 통해, 하나님의 계획이 얼마나 정교하고 일관되게 예비되었는지를 목도합니다. 하나님은 우연히 예수님을 십자가에 내어주신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창세 전부터 계획된 구속의 도장이며, 인류의 회복을 위한 하나님의 완전한 응답이었습니다.

 

결론 정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고난주간의 첫날을 이사야 53장의 말씀으로 시작하는 것은, 우리의 믿음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통해 우리의 죄가 얼마나 무겁고,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봅니다.

 

예수님의 고난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도 우리 삶 속에 살아 움직이는 복음의 능력입니다. 그 고난을 묵상할 때, 우리는 십자가의 능력을 새롭게 경험하게 되고, 우리의 신앙이 감정적 동정이 아니라, 철저한 회개와 순종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 고난주간, 우리가 매일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볼 때, 그 고난이 우리를 살리는 생명의 통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사야가 예언한 그 고난의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께 우리 온 마음을 드리며 따르는 복된 삶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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