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20:1 - 20:18 묵상, 거절당한 권위와 악한 농부
거절당한 권위, 버림받은 돌의 영광
누가복음 20장 1절부터 18절까지는 예수님이 성전에서 가르치시던 중 유대 종교 지도자들과 나눈 논쟁과 한 가지 비유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본문은 메시아의 권위에 대한 정면 도전, 그리고 그 도전에 대한 예수님의 단호한 응답과 하나님 나라의 심판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놀랐지만, 지도자들은 위협을 느꼈습니다. 그 중심에는 ‘권위’라는 주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본문을 통해 예수님의 권위가 어디로부터 오는지를 분명히 보고, 그 권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배우게 됩니다.
질문의 핵심은 권위였다
예수님은 성전에서 백성을 가르치시며 복음을 전하고 계셨습니다. 그 순간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 장로들이 다가와 질문을 던집니다. “무슨 권위로 이런 일을 하느냐? 누가 이런 권위를 주었느냐?”(2절). 그들의 질문은 단지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행하신 성전 정화 사건(눅 19:45-46)이 그들의 종교적 권위와 체계를 흔들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분의 권위를 인정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권위’는 헬라어로 “ἐξουσία(exousia)”이며, 단순한 영향력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정당한 통치권을 의미합니다.
이 질문은 그 자체로 아이러니합니다. 그들은 율법의 수호자, 성전의 관리자라고 자처했지만, 정작 하나님께서 보내신 분이 누구인지 분별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권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 질문에 즉답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들에게 반문하십니다. “요한의 세례가 하늘로부터냐 사람으로부터냐?”(4절). 이는 예수님의 특유의 방식으로, 단지 논쟁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중심을 드러내기 위한 질문입니다.
그들은 회중이 무서워 “하늘로부터라 하자니 어찌하여 그를 믿지 아니하였느냐 하고, 사람으로부터라 하자니 모든 백성이 요한을 선지자로 확신하므로”(5-6절) 딜레마에 빠집니다. 그 결과는 “어디로부터인지 알지 못하노라”는 비겁한 대답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나도 무슨 권위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이르지 아니하리라”(8절)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하나님의 계시를 거부한 자들에게는 더 이상의 계시도, 해석도 무의미하다는 선언입니다.
결국, 예수님의 권위를 이해하지 못한 이유는 그들의 마음이 진리를 향해 닫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율법을 알았고, 성전을 관리했지만, 하나님 나라의 참된 권위는 자기 의와 체계 속에 가려져 보지 못했습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선포되지만, 마음이 닫힌 자에게는 아무리 깊은 진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악한 농부의 비유 – 거절당한 아들의 이야기
예수님은 이어서 한 가지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어떤 사람이 포도원을 만들어 농부들에게 세를 주고 타국에 가 오래 있다가”(9절). 이 비유는 이사야 5장의 포도원 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포도원처럼 가꾸셨고, 종들은 선지자들, 농부들은 유대의 종교 지도자들, 그리고 아들은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주인이 포도원의 소출을 받기 위해 종을 보냈지만, 농부들은 종을 때리고 빈손으로 돌려보냅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종 역시 모욕과 상해를 당합니다(10-12절). 이 반복은 선지자들을 통한 하나님의 끊임없는 말씀 선포와, 그 말씀을 거절하고 배척한 이스라엘의 역사를 반영합니다. 예레미야, 이사야, 엘리야, 호세아 등 수많은 선지자들이 하나님의 뜻을 전했지만, 권세자들은 그들을 핍박하고 배척했습니다.
이제 주인은 마지막으로 “내 사랑하는 아들을 보내리니 그들이 혹 그는 공경하리라 하였더니”(13절)라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표현은 누가복음 3장 22절, 예수님의 세례 장면에서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는 말씀과 연결됩니다. 이는 곧 예수님의 신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표현입니다. 하나님은 아들을 보내심으로 마지막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농부들은 오히려 아들을 보고 서로 말합니다. “이는 상속자니 죽이고 그 유산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자 하고”(14절). 이는 예수님이 자신의 사역을 통해 종교 지도자들이 품은 악한 동기를 정확히 꿰뚫고 계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통치를 원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권위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메시아조차 제거하려 했습니다. 이 비유는 결국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예고하며,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을 죽이게 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예수님은 비유를 마치며 이렇게 물으십니다. “포도원 주인이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와서 그 농부들을 진멸하고 포도원을 다른 사람들에게 주리라”(16절). 이는 단지 지도자들의 몰락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이방인에게로 확장될 것을 보여주는 종말론적 선언입니다. 복음은 더 이상 특정 민족이나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은혜의 선포입니다.
건축자들이 버린 돌 – 결국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리라
이 비유를 들은 사람들은 “그런 일이 없기를 원하나이다”(16절 후반)라고 말합니다. 이는 그들이 이 비유가 자신들을 겨냥한 것임을 직감하고 나온 반응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말씀을 인용하십니다. “건축자들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느니라”(17절). 이 말씀은 시편 118편 22절의 인용으로, 초대교회에서도 자주 인용되며(행 4:11, 벧전 2:7),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예언하는 상징적 선언입니다.
‘버린 돌’이라는 표현은,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하고, 무가치하게 여겨졌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은 유대 종교 지도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했고, 그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았으며, 결국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거절당한 돌을 ‘모퉁이의 머릿돌’, 곧 건물의 가장 중요한 기초로 세우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의 기준이 아닌, 하나님의 계획대로 세워집니다.
예수님은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무릇 이 돌 위에 떨어지는 자는 깨어지겠고 이 돌이 사람 위에 떨어지면 그를 가루로 만들어 흩트리리라”(18절). 이 말씀은 단순한 경고가 아닙니다. 복음 앞에 서 있는 모든 자에게 주시는 두 가지 반응의 결과입니다. 복음을 받아들이는 자는 자신이 깨어지며, 겸손히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나 복음을 거절하고 맞서는 자는 그 돌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됩니다. 복음은 살리는 힘이자, 동시에 심판하는 권위입니다.
예수님은 단지 위로와 사랑만을 전하신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공의를 대변하시며, 거룩한 진리 앞에서 중립을 허용하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이 말씀 앞에서 우리의 신앙의 자세를 점검해야 합니다. 나는 복음의 돌 위에 서 있는 자인가, 아니면 그 돌에 맞서고 있는 자인가.
결론
누가복음 20장 1절부터 18절까지는 하나님의 아들이 성전에서 선포하신 권위의 진면목을 드러냅니다.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님의 권위를 의심하고 거절했으며, 결국 그분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몄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계획은 이미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예비된 길이었고, 예수님은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셨습니다.
비유 속의 악한 농부들은 과거 선지자들을 거절한 이스라엘의 역사이자, 오늘날 하나님의 뜻보다 자신의 계획을 앞세우는 우리의 자화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거절당한 돌은 결국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고, 예수님은 교회의 기초가 되셨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한 질문이 주어집니다. “너는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를 인정하느냐?” 예수님의 말씀은 단지 과거의 교훈이 아니라, 오늘도 우리 삶의 방향과 중심을 결정짓는 권위입니다. 그 말씀 앞에 겸손히 엎드리고, 깨어져 복음 위에 다시 세워지는 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러할 때 우리는 그분의 나라에 합당한 열매를 맺는 복된 농부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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