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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3:1 - 3:11 묵상, 사랑을 찾아 헤매는 밤

케리그마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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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 헤매는 밤, 왕을 맞이하는 날

사랑은 때때로 부재의 경험을 통해 더욱 선명해집니다. 아가서 3장 1절부터 11절은 신랑을 찾아 헤매는 신부의 밤의 여정으로 시작하여, 마침내 신랑을 왕으로 맞이하는 대관의 날로 마무리됩니다. 이 본문은 단지 연인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가 주님을 간절히 찾고, 마침내 그분의 영광스러운 통치를 경배하며 영접하는 여정의 그림입니다. 사랑의 부재, 추구, 발견, 그리고 영접이라는 구조 속에서 우리는 복음의 깊은 은유를 만나게 됩니다.

밤의 부재, 사랑을 찾는 갈망

“내가 밤에 침상에서 마음에 사랑하는 자를 찾았노라” (아가 3:1)

본문은 어둠 속에서 시작됩니다. ‘밤에’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בַּלֵּילוֹת(balleilot)”인데, 이는 단순한 시간의 어두움이 아니라 내면의 영적 공허와 갈급함을 의미합니다. 신부는 침상에서 사랑하는 자를 찾습니다. 침상은 안식과 친밀함의 장소이지만, 동시에 부재의 고통을 직면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마음에 사랑하는 자’라는 표현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히브리어로 “אֵת שֶׁאָהֲבָה נַפְשִׁי(et she'ahavah nafshi)”로, 이는 단순한 감정의 애착을 넘어서 존재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헌신과 열망을 나타냅니다.

신부는 찾되 발견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신앙의 현실입니다. 때로는 기도의 자리에서도 하나님의 부재를 느끼고, 예배 가운데서도 그 임재를 경험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부재의 자리에서 진정한 갈망이 자라납니다. 신부는 가만히 있지 않고 일어섭니다. 이 ‘일어남’은 내적 각성과 행동의 결단을 의미합니다. 주님을 향한 사랑은 침묵과 정지 속에 머물지 않고, 추구하고 탐색하는 열정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거리에서의 만남, 깨닫게 되는 임재

“성 안을 도는 파수꾼들을 만나서 말하기를 ‘내 마음에 사랑하는 자를 너희가 보았느냐’ 하고” (아가 3:3)

신부는 거리로 나섭니다. ‘거리’(רְחוֹבוֹת, rehavot)와 ‘큰길’(שְׁוִילִים, shevilim)은 혼란과 노출, 위험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만남의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신부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섭니다. 이는 신앙의 여정 속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고난과 수고, 그러나 그것을 통한 성장과 성숙의 여정을 상징합니다.

거리에서 신부는 파수꾼들을 만납니다. 이들은 성을 지키는 자들로, 말씀을 맡은 자들, 혹은 공동체 안에서 역할을 감당하는 이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하는 자의 행방을 알지 못합니다. 이는 결국 주님의 임재는 인간의 중재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은혜는 사람이 아닌 하나님께로부터 직접 임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신부는 사랑하는 자를 만납니다. “그들을 지나치자 곧 마음에 사랑하는 자를 만나리라”는 표현은 신부가 인간의 도움을 넘어서,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직접 그분을 발견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만나다’는 히브리어 “מָצָא(matsa)”는 우연이 아닌 필연적이고 정해진 만남을 뜻합니다. 이는 택함 받은 성도가 결국 주님의 은혜로 그분을 만나는 신비를 담고 있습니다.

신부는 사랑하는 자를 붙잡고 놓지 않습니다. ‘놓지 아니하리라’(וְלֹא אַרְפֶּנּוּ)는 끈질긴 고백이며, 신앙의 지속성과 헌신을 상징합니다. 그녀는 그를 모친의 집으로, 자기를 낳은 이의 방으로 인도합니다. 이는 사랑이 단지 감정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으로 되돌아가는 여정임을 말해줍니다. 주님과의 만남은 곧 생명의 회복이요, 본래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사건입니다.

왕의 날, 영광의 혼인 잔치

“솔로몬 왕의 가마를 보라” (아가 3:7)

3장 후반부는 전혀 다른 장면으로 전환됩니다. 사랑을 찾는 신부의 개인적 여정에서 이제는 왕의 대관과 혼인을 준비하는 공적 장면으로 확장됩니다. 이는 교회 공동체와 온 인류가 함께 맞이할 그리스도의 재림과 영광의 날을 예표합니다.

솔로몬 왕의 가마는 은혜의 좌석이며, 그 위에는 칼을 잡은 용사들, 곧 신랑의 권세와 위엄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마’는 히브리어로 “אַפִּרְיוֹן(apiryon)”인데, 왕실의 이동 수단이자 혼례를 위한 준비된 자리로 해석됩니다. 이 가마는 은으로 기둥을 삼고, 금으로 바닥을 만들며, 자색 옷감으로 덮었습니다. 이는 신랑의 신적 본성과 인성, 그의 정결함과 위엄을 모두 나타냅니다. 자색은 왕권을, 은은 순결을, 금은 신성을 상징합니다.

무엇보다 이 가마의 중심은 ‘예루살렘 딸들의 사랑으로 꾸몄다’는 것입니다. 이 사랑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신부를 위한 공동체의 참여와 준비를 의미합니다. 이는 교회가 주님의 신부로서 함께 그 날을 준비하는 태도이자 사명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11절, “시온의 딸들아 나와서 솔로몬 왕을 보라. 그의 혼인 날, 그의 마음이 기뻐하는 날에 그에게 관을 씌웠음이니라.” 이 말씀은 성경 전체가 향하고 있는 종말론적 혼인 잔치의 전조입니다. 요한계시록 19장의 ‘어린 양의 혼인 잔치’와 연결되며, 이 땅의 사랑의 고백이 저 영원한 잔치로 이어진다는 것을 선포합니다.

결론

사랑은 부재의 고통을 통해 성숙합니다. 신부는 사랑하는 자를 찾기 위해 밤을 뚫고 거리로 나서고, 사람을 의지해보지만 결국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그분을 만납니다. 이 여정은 우리 신앙의 여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주님의 부재 앞에서 갈급함을 품고 찾을 때, 결국 그분은 우리를 만나주시며, 깊은 사랑의 연합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랑이 영원히 완성될 날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솔로몬의 가마처럼,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그날, 모든 신부된 교회는 예비된 장식으로 단장되어 그분을 영접하게 될 것입니다. 신앙은 그날을 준비하는 삶이며, 지금의 갈망은 영원한 기쁨을 향한 통로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지금 이 밤이 어두울지라도, 주님은 반드시 다시 오십니다. 그리고 그 사랑 안에 있는 우리는 그분을 붙잡고, 놓지 않고, 영광의 날까지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매일성경 4월 본문입니다. 일별 묵상 본문을 클릭하시면 각 본문에 따라 묵상을 따라 설교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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