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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19:17 - 119:32 묵상, 낯선 땅에서 부르는 간구의 노래

케리그마 202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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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 부르는 간구의 노래

시편 119편 17절부터 32절까지는 고난 가운데 하나님의 말씀을 붙드는 시인의 간절한 기도와 고백이 담긴 시구들입니다. 낯선 세상에서 하나님의 종으로 살아가는 이의 외로움과 억울함, 그리고 끝내 말씀을 향해 마음을 넓히는 결단이 이 본문에 담겨 있습니다. 말씀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살아있는 위로이며, 억눌린 영혼을 살리는 하나님의 생명의 숨결입니다.

낯선 세상 속 하나님의 종으로 살아간다는 것

“주의 종을 후대하사 내가 살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주의 말씀을 지키리이다” (시 119:17)

시인은 자신을 “주의 종”이라 부르며 기도를 시작합니다. 여기서 ‘종’은 히브리어로 “עֶבֶד(에벳)”인데, 단순한 하인이 아니라 주인의 뜻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자를 뜻합니다. 시편 기자는 자신이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는 자임을 선포하면서, 후대해달라고 간청합니다. ‘후대하다’라는 말은 히브리어 “גָּמַל(가말)”로, 은혜를 베풀고 풍성히 갚아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은혜로만 살 수 있음을 알고 있으며, 그것이 그의 존재의 이유임을 고백합니다.

“내가 살게 하소서”라는 기도는 단순한 생존을 구하는 외침이 아닙니다. 이는 영적인 생명, 곧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살아 있는 존재가 되게 해달라는 간구입니다. 이어지는 “그리하시면 주의 말씀을 지키리이다”는 응답적 순종을 전제합니다. 시인은 하나님의 은혜가 그의 삶에 임할 때, 그것이 곧 말씀을 지키는 삶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은혜는 순종을 낳습니다. 복음은 방종이 아니라, 말씀에 대한 전적인 헌신을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시인은 “내 눈을 열어서 주의 율법에서 놀라운 것을 보게 하소서”(18절)라고 기도합니다. 여기서 ‘눈을 열다’는 표현은 히브리어 “גָּלָה עֵינַי(갈라 에이나이)”로, 덮인 것이 벗겨져 밝히 보게 하시는 은혜의 역사입니다. 말씀의 세계는 인간의 이성이나 경험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습니다. 말씀 안의 놀라운 것, 곧 하나님의 진리와 은혜의 깊이는 오직 성령의 조명으로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단지 이해가 아니라 ‘보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나는 땅에서 나그네 되었사오니 주의 계명들을 내게 숨기지 마소서”(19절)라는 고백은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성도의 정체성을 말해줍니다. ‘나그네’는 히브리어 “גֵּר(게르)”로, 외국인이나 임시 거주자를 의미하며, 성경 전반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세상 속에서 임시로 사는 존재임을 나타내는 대표적 표현입니다. 우리는 이 땅의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 땅에 속하지 않은 자로서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 없이는 길을 찾을 수 없습니다. 말씀은 낯선 세상 속에서 걸어갈 이정표입니다.

시인은 “내 영혼이 항상 주의 규례들을 사모하므로 상하나이다”(20절)라고 토로합니다. ‘상한다’는 히브리어 “גָּרַשׁ(가라쉬)”는 쇠약해지고 시들어감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갈망이 그의 영혼을 절절히 사로잡고 있으며, 이 갈망은 단지 지적인 욕망이 아니라, 생명을 향한 갈급함입니다. 하나님을 사모하는 마음은 때로는 육체의 고통처럼 다가오며, 존재 전체를 뒤흔듭니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 생명의 흔적입니다.

조롱과 비방 가운데서 드러나는 말씀의 위엄

“교만한 자가 나를 심히 비방하였사오나 나는 주의 법에서 떠나지 아니하였나이다” (시 119:21~23)

시인은 외부의 적대와 내면의 고통을 동시에 겪고 있습니다. “주께서 교만한 자들을 꾸짖으셨사오니”(21절)라는 말씀은 하나님의 공의가 악을 심판하신다는 신학적 확신을 보여줍니다. 교만한 자들은 하나님의 명령에서 떠난 자들이며,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들입니다. 그들은 말씀을 가볍게 여기고, 말씀대로 살아가려는 자들을 비웃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을 반드시 심판하십니다. 시인은 그 심판의 현실을 바라보며, 자신이 고난 가운데 있지만 결코 말씀에서 떠나지 않겠다고 고백합니다.

이어지는 22절과 23절은 시인의 처지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비방과 멸시를 내게서 떠나게 하소서 내가 주의 증거들을 지켰나이다.” 비방은 히브리어 “חֶרְפָּה(헤르파)”로, 수치와 모욕을 동반한 언어적 공격이며, 멸시는 “בוּז(부즈)”로 경멸하고 깔보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시인은 이러한 외부의 공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지켰다고 말합니다. 믿음은 언제나 시험받는 자리에서 입증됩니다.

“고관들도 앉아서 나를 비방하였사오나 주의 종은 주의 율례들을 작은 소리로 읊조렸나이다.” 세상의 권세자들이 자신을 비방할지라도, 그는 여전히 율례를 묵상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소리로 읊조리다’는 히브리어 “שִׂיחַ(시흐)”는 깊은 명상을 의미합니다.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와 고발 앞에서 말씀을 되새기며 자신을 지키는 이 고백은 신앙인의 가장 고요하고도 강한 저항입니다. 말씀을 향한 사모함은 환경을 이깁니다. 고요한 묵상은 세상의 비방보다 강합니다.

영혼을 일으키는 말씀, 주의 도를 따르는 결단

“내 영혼이 진토에 붙었사오니 주의 말씀대로 나를 살아나게 하소서” (시 119:25)

이제 시인은 자신의 내면을 낱낱이 드러냅니다. “내 영혼이 진토에 붙었다”는 고백은 절망과 좌절, 생명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히브리어 ‘진토’(דָּבָק לֶעָפָר, 다박 레아파르)는 흙먼지에 들러붙었다는 말로, 생명의 자리에서 벗어난 상태를 표현합니다. 영혼이 바닥에 엎드려 더는 일어설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시인은 하나님의 말씀만이 자신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길을 하나님께 드러내었고, 하나님께서는 그를 응답하셨다고 말합니다(26절). 이는 회개의 고백이며,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숨김없이 내어놓은 자의 경험입니다. 말씀이 깨달아질 때 우리는 하나님의 도를 배우게 됩니다. ‘도를 깨닫게 하소서’(27절)는 기도는 하나님의 말씀을 단지 알음알이로 끝내지 않고, 삶으로 살아내는 적용을 구하는 간절함입니다. 말씀을 깨닫는다는 것은 방향을 바꾸는 것이며, 자신의 길에서 돌이키는 것입니다.

28절에서 시인은 “내 영혼이 눌림으로 말미암아 녹사오니 주의 말씀대로 나를 세우소서”라고 말합니다. 눌린다는 표현은 히브리어로 “דָּלְפָה(달파)”인데, 물이 새어 나가듯 점차 약해지는 상태를 묘사합니다. 영혼이 녹는 고통 속에서 시인은 말씀으로 자신을 세워달라고 간구합니다. 말씀은 상한 심령을 고치시고, 연약한 자를 다시 일으키시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거짓 행위를 내게서 떠나게 하시고 주의 법을 내게 은혜로 베푸소서”(29절)라는 구절은 내면의 정결을 위한 기도입니다. 우리는 외적인 행동뿐 아니라 내면의 거짓, 동기의 왜곡, 스스로 속이는 습관까지도 말씀 앞에서 정결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법은 은혜로 주어집니다. 행위가 아니라 은혜로만 주의 도를 따라 걸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결단합니다. “내가 성실한 길을 택하고 주의 규례들을 내 앞에 두었나이다.” (30절) 말씀은 선택의 기준입니다. 그는 거짓 길이 아니라 성실한 길, 곧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주의 증거들에 밀접하게 붙었사오니 여호와여 나를 수치당하지 말게 하소서”(31절). ‘밀접하게 붙었다’는 말은 ‘달라붙다’, ‘끈덕지게 매달리다’는 의미입니다. 말씀을 손에서 놓지 않겠다는 결연한 결단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32절, “주께서 내 마음을 넓히시면 내가 주의 계명들의 길로 달려가리이다.” 이는 모든 시인의 고백이 단순한 기도가 아닌 행동의 결단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줍니다. 마음이 넓어진다는 것은 단지 여유를 갖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자유와 기쁨을 말합니다. 말씀을 향한 갈망이 행동으로 이어지고, 순종이 곧 자유가 되는 복된 선순환입니다.

결론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시편 119편 17절부터 32절까지의 시인은 외로운 나그네로 이 땅을 살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붙드는 삶을 선택합니다. 외부의 비방과 내면의 눌림 속에서도 말씀은 그의 유일한 위로요 생명의 근거입니다. 그는 단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눈을 열어 보게 하시고, 마음을 넓혀 달려가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이것이 성경적 신앙입니다. 말씀이 나를 이끄는 삶, 말씀이 나를 살리는 삶, 말씀이 나를 다시 세우는 삶입니다.

우리가 어떤 환경에 있든지, 하나님의 말씀은 언제나 우리를 살리시는 능력이 있습니다. 영혼이 진토에 붙어 있을 때도, 세상의 고관이 나를 비웃을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말씀을 붙드는 것입니다. 그러할 때 주께서 우리의 마음을 넓히시고, 주의 계명의 길로 힘 있게 달려가게 하실 것입니다. 오늘도 그 말씀 앞에 엎드리십시오. 그리고 기도하십시오. “주여, 주의 말씀대로 나를 살아나게 하소서.”


매일성경 5월 본문입니다. 일별 묵상 본문을 클릭하시면 각 본문에 따라 묵상을 따라 설교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매일 말씀 묵상을 통해 은혜로운 5월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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