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19:49 - 119:64 묵상, 주의 율례들이 나의 노래가 되었나이다
고난 중에도 기억되는 말씀
시편 119편 49절부터 64절은 고난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다시 일어서는 시인의 고백입니다. 이 구절들은 외적인 핍박과 내적인 낙심 속에서도, 말씀만은 변하지 않는 소망임을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시인은 말씀을 근거로 위로를 얻고, 악인의 조롱에도 굴하지 않으며, 하나님의 법도를 붙드는 삶의 자세를 유지합니다. 결국 그는 고난조차도 자신을 주의 윤례로 이끄는 통로였음을 깨닫고 감사로 고백합니다.
말씀을 기억함이 소망이 됩니다
“주의 종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하소서 주께서 내게 소망을 가지게 하셨나이다” (시 119:49)
시인은 먼저 하나님께 ‘기억해 달라’고 간청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잊지 말아 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성경에서 ‘기억하다’는 히브리어 “זָכַר(자카르)”는 행동을 동반한 기억, 곧 언약을 이행하시고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한 반응을 뜻합니다. 시인은 하나님의 약속, 곧 자신의 삶에 주신 말씀을 기억하시고, 그 말씀을 현실 속에서 성취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49절에서 말하는 “주의 종에게 하신 말씀”은 시인이 고난 속에서도 붙들고 살아온 생명의 끈입니다. 시인은 하나님의 말씀이 자신에게 소망을 주었다고 고백합니다. ‘소망을 가지게 하셨다’는 표현은 히브리어 “יָחַל(야할)”로, 기다리고 인내하며 끝내 기대하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즉 말씀은 단지 위로가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능력입니다.
“이 말씀은 나의 고난 중에 위로라 주의 말씀이 나를 살리셨기 때문이니이다”(50절)라는 고백은 말씀의 실제적인 능력을 강조합니다. ‘살리셨다’는 히브리어 “חָיָה(하야)”는 단지 목숨을 연장하는 수준이 아니라, 무너진 자를 다시 세우는 회복의 힘을 의미합니다. 시인은 고난 중에 몸도 마음도 무너졌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그를 다시 살아나게 했다고 고백합니다. 말씀은 고난을 무력화시키는 능력이며, 절망을 뚫고 올라오는 생명의 통로입니다.
조롱 가운데 말씀을 붙드는 믿음
“교만한 자들이 나를 심히 조롱하였어도 나는 주의 법을 떠나지 아니하였나이다” (시 119:51)
고난이 없는 삶은 없습니다. 그러나 고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조롱입니다. 시인은 ‘교만한 자들’이 자신을 ‘심히 조롱했다’고 고백합니다. 여기서 ‘교만한 자’는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고, 자신의 힘과 이성을 절대화하는 자들을 가리킵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따르는 삶을 어리석다고 비웃고, 말씀에 순종하는 자들을 시대착오적이라 여깁니다.
그러나 시인은 그들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주의 법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떠나지 않았다’는 말은 단지 억지로 견뎠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말씀을 삶의 중심에 두고 계속해서 붙들었다는 신앙의 결단입니다. 말씀은 단지 평안할 때의 위안이 아니라, 조롱받을 때 더욱 빛나는 등불입니다.
52절에서 시인은 “여호와여 주의 옛 규례들을 내가 기억하고 스스로 위로하였나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지금 자신의 감정을 끌어올리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과거의 행위와 언약을 기억하며 스스로 위로를 받습니다. ‘기억한다’는 이 표현은 고통 가운데에도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성품과 신실하신 역사를 떠올리는 일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말씀 안에서 위로를 얻습니다.
하지만 이 위로는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인은 “악인들의 율법을 버림을 인하여 내가 심히 분노하였나이다”(53절)라고 말하며, 자신의 정서가 단지 고요하고 평온한 위로만으로 가득하지 않음을 솔직히 드러냅니다. 말씀을 무시하고 율법을 조롱하는 자들을 향한 분노는 거룩한 감정입니다. 이 분노는 하나님의 뜻이 무시당하는 현실을 향한 슬픔이자, 자신이 그 말씀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내면의 증거입니다.
말씀은 고난 가운데 더 깊어집니다
“내가 나그네 된 집에서 주의 율례들이 나의 노래가 되었나이다” (시 119:54)
시인은 자신을 ‘나그네’로 고백합니다. 나그네, 히브리어 “גֵּר(게르)”는 이 땅에 임시로 머무는 자를 뜻합니다. 자신의 삶이 안정되지 않았고, 현실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지만, 그런 중에도 시인은 노래를 잃지 않았습니다. 그의 노래는 세상의 유행가가 아니라, 주의 율례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그의 인생의 가사요, 멜로디였습니다. 고난은 시인의 입을 닫게 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큰 찬양으로 인도했습니다. 말씀은 고난 가운데서 더 또렷하게 노래가 됩니다.
“여호와여 내가 밤에 주의 이름을 기억하고 주의 율법을 지켰나이다”(55절)라는 고백은 더욱 개인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밤, 곧 세상과 사람들과 멀어지는 그 시간에, 시인은 홀로 하나님을 기억합니다. 사람의 신앙은 낮이 아니라 밤에 드러납니다. 공동체와 소리들로 둘러싸인 낮보다, 침묵 속에 홀로 있는 밤에 그 사람이 진정 누구인지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시인은 그 밤에 하나님의 이름을 기억하며 말씀을 붙들었습니다. 외로운 자의 진실한 예배입니다.
56절에서 그는 이렇게 결론지었습니다. “내 소유는 이것이니 곧 주의 법도들을 지킨 것이니이다.” 이 구절은 단순한 자랑이 아닙니다. 시인은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삶으로 실천하고자 했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온 삶을 하나님의 은혜로 고백합니다. 그가 지켜낸 것이 아니라, 말씀이 그를 붙잡았기에 가능했던 삶이었습니다.
주의 인자하심이 나를 감쌉니다
“여호와는 나의 분깃이시니 나는 주의 말씀을 지키리라 하였나이다” (시 119:57)
이제 시인은 분명한 신앙 고백을 합니다. “여호와는 나의 분깃이시니.” 여기서 ‘분깃’(히브리어: חֵלֶק, 헬레크)은 기업이나 상속의 몫을 의미합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땅을 기업으로 나눌 때 사용된 용어인데,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은 따로 땅을 분배받지 않고 여호와 하나님 자신이 그들의 분깃이 되셨습니다. 시인은 그와 같은 제사장의 심정으로, 하나님 자신이 자신의 유일한 소유요, 만족임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58절에서 그는 “내가 전심으로 주의 은혜를 구하였사오니 주의 말씀대로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표현은 ‘전심으로’입니다.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자의 태도는 흩어진 마음이 아니라 전심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는 말씀대로 은혜를 구합니다. 이는 무작정 은혜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말씀 위에 기대어 구하는 기도입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말씀을 절대적으로 신실하게 이루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 행위를 생각하고 주의 증거들을 향하여 내 발을 돌이켰사오며”(59절)는 회개의 장면입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말씀을 기준으로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신앙의 핵심은 돌이킴에 있습니다. 나의 길에서 주의 길로, 나의 뜻에서 하나님의 뜻으로 향하는 회심은 매일 반복되어야 할 삶의 태도입니다.
60절에서 시인은 “주의 계명들을 지키기에 신속히 하고 지체하지 아니하였나이다”라고 고백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즉각적인 순종을 요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을 알지만, ‘나중에’ 순종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시인은 지체하지 않았습니다. 믿음은 타이밍입니다. 지체는 순종이 아닙니다. 신속한 순종이 진짜 순종입니다.
61절부터 64절까지 시인은 다시 외적인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말씀에 고정합니다. “악인들의 줄이 나를 두렀을지라도 나는 주의 율법을 잊지 아니하였나이다”(61절), “주의 의로운 규례로 말미암아 내가 밤중에 일어나 주께 감사하리이다”(62절), “나는 주를 경외하는 모든 자들과 주의 법도들을 지키는 자들의 친구라”(63절), “여호와여 주의 인자하심이 땅에 충만하였사오니 주의 율례들로 나를 가르치소서”(64절)라는 고백들은 시인의 내면 깊숙한 신앙의 토대를 보여줍니다.
그는 세상의 압박과 고난, 외로움 속에서도 말씀이 중심이었습니다. 감사와 우정, 배움과 순종이 모두 그 말씀 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전체 마무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시편 119편 49절부터 64절까지의 본문은 고난 중에도 말씀이 주는 위로와 소망을 힘 있게 증언합니다. 시인은 고난 속에서 조롱받았지만, 말씀을 기억했고, 밤중에라도 주의 이름을 불렀으며, 하나님을 자신의 분깃으로 삼았습니다. 그는 전심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구했고, 지체하지 않고 말씀을 따랐으며, 주를 경외하는 자들과 친구 되어 함께 길을 걸었습니다.
우리 삶이 흔들릴 때, 기억해야 할 것은 말씀입니다. 위로는 사람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 안에서 옵니다. 조롱과 비방, 고난과 외로움 속에서도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여전히 살아 있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오늘도 말씀 앞에서 다시 결단하시기 바랍니다. “주의 말씀은 나의 위로요, 나의 소망입니다. 여호와는 나의 분깃이십니다.” 이 고백이 우리의 삶을 붙들고 살아가게 하는 은혜의 능력이 될 것입니다.
매일성경 5월 본문입니다. 일별 묵상 본문을 클릭하시면 각 본문에 따라 묵상을 따라 설교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매일 말씀 묵상을 통해 은혜로운 5월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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