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1:1-22 묵상 왕후 와스디를 폐하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 권력의 연회 속에 드러난 섭리의 그림자
에스더서 1:1-22는 겉으로 보면 왕궁에서 일어난 하나의 정치적 사건처럼 보이지만, 말씀을 깊이 들여다보면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의 무대를 준비하시는 손길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지만, 이 첫 장은 후속 사건들의 밑그림이자, 하나님께서 어떻게 세상 권력을 넘어 하나님의 백성을 위한 길을 준비하시는지를 조용히 보여주는 시작입니다.
권력의 허영 속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무대
에스더서의 시작은 아하수에로 왕이 전 제국에 걸쳐 펼친 화려한 잔치로 시작합니다. “이 일은 아하수에로 왕 때에 된 것이니 아하수에로는 인도에서부터 구스까지 일곱과 스무 지방을 다스리는 왕이라”(1절). 여기서 아하수에로는 히브리어로 “אֲחַשְׁוֵרוֹשׁ”(아하슈에로쉬)이며, 역사적으로는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1세로 이해됩니다. 그는 막강한 권세를 가진 왕이었고, 그가 통치하는 영토는 인간적으로 볼 때 어마어마한 통치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이 장면은 인간의 권력과 화려함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배경으로 깔고 있습니다.
왕은 자신의 힘과 부를 과시하기 위해 무려 180일 동안 귀족들과 고관들을 위한 잔치를 벌이고(3-4절), 그 뒤에는 모든 백성을 위한 7일간의 잔치까지 엽니다(5절). 술은 마음껏 제공되며(7-8절), 궁중은 백색, 녹색, 청색의 휘장으로 장식되고, 금과 은으로 만든 기물들로 잔칫상이 꾸며집니다. 이 모든 묘사는 인간의 눈을 사로잡는 세속의 영광과 허영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묵묵히 한 가지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가장 절정에 오른 교만을 사용하셔서도 자신의 뜻을 이루신다는 것입니다.
이 화려한 장면은 결코 본질이 아닙니다. 이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 속에서 한 여인을 위한 자리를 준비하는 무대일 뿐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은 보이지 않지만, 그분은 이 땅의 모든 권세 위에 군림하시며, 오직 자신의 뜻을 따라 그 권력을 쓰시는 주권자이십니다.
왕비의 거절, 인간 권력의 균열을 드러내다
잔치가 무르익던 날, 아하수에로는 자신의 왕후 와스디를 사람들 앞에 내보이기를 원합니다. “왕후 와스디도 아하수에로 왕궁에서 여인들을 위하여 잔치를 베풀었더라”(9절). 왕은 왕후에게 왕관을 쓰고 그의 아름다움을 뽐내도록 명령하지만, 와스디는 그 요청을 거절합니다(11-12절). 이 장면은 단순한 부부 간의 의견 충돌이 아닙니다. 이는 고대 근동 사회에서 절대 권력자의 명령에 대한 반역으로 간주될 만한 일이었습니다. 왕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그 뒤로 이어지는 정치적 회의가 열리게 됩니다.
왕은 고관들과 지혜자들에게 묻습니다. “왕후 와스디가 아하수에로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아니하였으니 법률대로 어떻게 처치할까?”(15절). 이 질문은 페르시아 법과 체면, 그리고 권력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왕의 신하 중 므무간이라는 자가 와스디를 폐위할 것을 건의합니다. 그 이유는 단지 왕의 체면 문제가 아니라, 와스디의 행동이 제국 전체의 가정에 미칠 파급 효과를 염려했기 때문입니다(17-18절).
므무간의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왕이 만일 좋게 여기실진대 와스디가 다시는 왕 앞에 오지 못하게 하는 조서를 내리되, 바사와 메대의 법률에 기록하여 고치지 못하게 하고 그 왕후의 위를 그보다 나은 사람에게 주소서”(19절).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보다 나은 사람’이라는 표현입니다. 이 표현은 매우 모호하면서도, 하나님의 섭리를 향한 길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바로 이 자리에 에스더가 들어서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계획 속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뜻
왕의 명령은 제국 전역에 전해지고, 모든 가정마다 남편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법률이 선포됩니다(20-22절). 인간의 권력과 질서가 무너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법과 명령으로 통제하는 이 모습은 오히려 인간의 한계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아무리 강한 왕도, 명령 하나를 거부한 왕비 앞에서 체면을 구기고, 결국엔 조정의 조언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틈에서 하나님은 역사하십니다. 하나님은 와스디의 거절이라는 사건을 통해 에스더가 왕후가 될 자리를 준비하십니다. 이는 단순한 왕실 내부의 권력 교체가 아니라, 장차 유다 백성을 구원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구속사적인 수순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을 위한 자리, 그 자리를 위해 하나님은 권세 있는 자의 잔치를 이용하시고, 권세 있는 자의 분노와 결정을 넘어서 섭리의 길을 여십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잊지 않으시며, 그 백성을 위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역사의 장면을 설계하십니다. 이름 없이 등장하는 수많은 권세자들이 실은 하나님의 큰 그림 안에서 사용되고 있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 장면은 조용히 증언합니다.
결론
에스더서 1장은 인간의 눈에 화려하고 위엄 있는 제국의 권력을 묘사하면서 시작되지만, 그 깊은 배경에는 하나님의 신비한 손길이 흐르고 있습니다. 인간의 교만, 잔치, 분노, 권력 다툼 모두가 하나님의 섭리를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왕의 교만 속에서 구원의 도구를 준비하시고, 왕비의 거절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향한 문을 여십니다. 우리가 인생 가운데 마주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 때로는 납득되지 않는 부당한 일조차도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반드시 사용됩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하나님이 일하시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에스더서 1장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은 조용히, 그러나 결코 멈추지 않고, 당신의 뜻을 이루어가신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우리는 눈앞의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을 신뢰하며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 인생의 무대 뒤에서 섭리의 무브먼트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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