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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 2:19-3:6 묵상 문지기 모르드개

케리그마 202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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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충성과 드러나는 악의 씨앗

에스더 2:19-3:6은 하나님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지 않지만, 그의 섭리가 얼마나 정밀하고 정직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모르드개의 충성, 에스더의 지혜로운 침묵, 그리고 하만의 교만과 증오가 대조되며, 하나님의 역사는 이 복잡한 인간사 속에서 어떻게 선을 이루시는지를 조명합니다. 이 말씀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를 분명하게 가르쳐줍니다.

 

충성된 자의 자리, 하나님의 눈에 든 행위

본문은 다시 궁중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처녀들을 다시 모을 때에 모르드개가 대궐 문에 앉았더라”(2:19). 모르드개는 여전히 왕궁 문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이 말은 단지 자리를 지킨다는 물리적 묘사만이 아닙니다. ‘문에 앉았다’는 히브리어 표현은 당대에 행정적 위치, 또는 재판과 결정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는 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는 당시 바사 왕궁의 일종의 관리직 혹은 행정적 직분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모르드개는 중요한 사건을 목격하게 됩니다. ‘왕의 내시 빅다나와 데레스’가 왕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장면입니다(2:21). 모르드개는 이 사실을 에스더에게 알리고, 에스더는 그것을 왕에게 전합니다. “에스더가 모르드개의 이름으로 왕에게 아뢰니라”(2:22).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이름으로’입니다. 히브리어로 ‘셈’(שֵׁם)은 단지 개인을 지칭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의 명예와 인격, 신분을 대변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에스더는 자신이 드러나기보다, 이 모든 공을 모르드개에게 돌립니다. 이는 에스더의 겸손이자, 모르드개의 충성이 하늘의 책에 기록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이 공로는 즉시 보상받지 않습니다. “이 일이 책에 기록되고 왕 앞에서 조사되어 확실한 사실로 판명되었더라”(2:23). 기록은 되었지만, 보상은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때로 즉각적인 보상을 받지 못하지만, 하나님은 반드시 기억하십니다. 모른 채 지나가는 것 같아도, 하나님은 기억하십니다. 그리고 그것은 정한 때에, 반드시 드러납니다.

 

높아진 자의 교만, 꺾이지 않는 하나님의 사람

3장은 갑작스러운 인물 전환으로 시작됩니다. “그 후에 아하수에로 왕이 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 하만의 지위를 높이사”(3:1). 여기서 하만은 특별한 신분적 배경을 가진 자로 소개됩니다. ‘아각 사람’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출신지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옛 대적인 아말렉 족속과의 관련성을 시사합니다. 사무엘상 15장에서 사울 왕이 멸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아각 왕을 살려둠으로써 벌어졌던 불순종의 흔적이, 이 시대에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하만은 왕으로부터 모든 신하 위에 높은 지위를 부여받습니다. 이에 따라 왕의 모든 신하들이 하만 앞에서 꿇어 절하게 되었는데, 모르드개는 절하지 않습니다. “모르드개는 꿇지도 아니하고 절하지도 아니하니”(3:2). 이는 단순한 고집이나 자존심이 아닙니다. 이는 신앙의 정체성 때문입니다. 절은 히브리어 “카라”(כָּרַע)로서 무릎 꿇는 행위이며, 이는 신적 존재나 왕에게 바치는 최고의 존경의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만은 왕도 아니고,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절할 만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모르드개의 이 행위는 단숨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하만이 모르드개가 무릎 꿇지도 아니하고 절하지도 아니함을 보고 심히 노하더니”(3:5). 하만의 분노는 단순한 개인적 모욕감에서 시작되었지만, 곧 더 큰 악으로 확장됩니다. “그들이 모르드개의 민족을 하만에게 알린 고로 하만이 모르드개만 죽이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아하수에로의 전국에 있는 유다인을 다 멸하고자 하더라”(3:6).

 

이 구절은 인간의 교만이 어떻게 증오로 발전하며, 그 증오가 집단적 파괴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입니다. 하만은 모르드개 개인이 아니라, 모르드개의 정체성 전체, 즉 유다 민족을 제거하고자 합니다. 이는 단지 정치적 복수의 차원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에 대한 사탄적 공격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을 향한 공격은 언제나 존재해왔으며, 지금도 교묘하게 변형된 방식으로 역사 속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 침묵 속의 개입

이 시점까지 하나님이라는 이름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섭리는 에스더와 모르드개의 충성 속에, 그리고 하만의 교만과 야욕의 전개 속에 분명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모르드개의 충성은 그 순간 보상받지 못했지만, 하나님은 그것을 잊지 않으시고 때가 되면 드러나게 하십니다. 반면, 하만의 빠른 승진과 권력의 부여는 인간의 역사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교만은 패망의 앞잡이입니다.

 

하만은 전형적인 바벨탑의 후예처럼 자신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절을 요구하고, 절하지 않는 자를 제거하고자 했으며, 그의 분노는 민족 전체를 멸하고자 하는 광기 어린 계획으로 번졌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런 악의 도모를 통해서도 선을 이루십니다. 하만의 교만은 결국 그 자신을 무너뜨릴 도구가 되고, 모르드개의 침묵과 충성은 장차 유다 백성의 구원의 시작점이 됩니다.

 

우리의 신앙 여정 속에서도 때로는 모르드개처럼 이름 없이 충성하며도 대가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결코 그의 백성을 잊지 않으십니다. 침묵 속에서도 하나님은 일하고 계시며, 하만의 악의 도모조차도 하나님을 대적할 수 없다는 진리를 이 본문은 보여줍니다.

 

결론

에스더 2:19-3:6은 겉으로 보기에는 권력과 인간의 감정이 충돌하는 궁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놀라운 섭리의 흐름이 있습니다. 모르드개의 충성, 에스더의 순종, 하만의 교만이 대비되면서 하나님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신의 역사를 이어가고 계십니다.

 

세상은 하만과 같은 이들을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의 백성은 모르드개처럼 충성과 신실함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하나님은 결코 잊지 않으시는 분이며, 그분의 때에, 그분의 방법으로 모든 일을 드러내십니다. 오늘 우리도 세상 앞에 고개를 숙이는 대신, 하나님의 말씀 앞에 엎드릴 줄 아는 용기와 믿음을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따라 충성하며, 그분의 역사를 믿고 기다리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모든 하만의 손길을 넘어서, 당신의 백성을 위해 일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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