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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 3:7-15 묵상, 하만의 계략

케리그마 202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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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계략 속에서도 준비되는 하나님의 시간

에스더 3:7-15은 하만이 유다 민족을 멸절하기 위한 계획을 구체화하며, 그 실행을 위해 조서가 내려지는 어두운 순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악이 이기는 듯 보이지만, 하나님의 섭리는 이 순간조차도 사용하여 구원의 역사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이 본문은 역사의 무대 뒤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신뢰하며, 신자의 믿음이 어떻게 흔들림 없이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줍니다.

 

악의 때를 정하는 자, 그러나 하나님의 시간이 있다

본문은 “아하수에로 왕 제십이년 첫 달 곧 니산월에 무리가 하만 앞에서 날과 달을 따라 부르 곧 제비를 뽑아 제십이월 곧 아달월을 얻은지라”(3:7)라는 구절로 시작됩니다. 하만은 유다 민족을 멸절하기 위해 ‘부르’라 불리는 제비를 뽑습니다. 이는 우연을 가장한 종교적 행위였고, 고대 바사에서는 신들의 뜻을 묻는 점술 행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기억해야 합니다. 사람은 제비를 뽑을 수 있지만, 모든 결정은 여호와께 있다는 것입니다(잠 16:33). 하만은 그가 아달월을 얻은 것을 자신에게 유리한 시기로 여겼지만, 그 열두 달의 시간은 하나님께서 에스더와 모르드개, 그리고 온 유다 민족을 구원하시기 위해 준비하신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악한 자의 계획조차도 당신의 구속사적 도구로 사용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렇게 정해진 ‘때’는 하만의 시계 속에서는 죽음의 시간이었지만, 하나님의 시계 속에서는 구원을 위한 카이로스적 순간이었습니다. 하만이 1월에 계획하고 12월에 실행하려 한 이 간격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일을 준비하시기 위한 여유의 시간이며, 신자의 기도와 결단, 헌신이 싹트는 은혜의 통로였습니다.

 

기만의 언어로 왕을 속이다

하만은 이제 왕에게 나아가 악의 본색을 감추고 유다인을 모함합니다. “하만이 아하수에로 왕에게 아뢰되 한 민족이 왕의 각 지방 백성 중에 흩어져 거하여 있는데, 그 법률이 모든 민족의 것과 달라서 왕의 법률을 지키지 아니하오니 용납하는 것이 왕에게 무익하니이다”(3:8). 여기서 하만은 의도적으로 유다 민족을 ‘이름 없는 민족’으로 지칭합니다. 그는 ‘유다인’이라는 단어조차 쓰지 않습니다. 이는 사람들을 정체성 없이 일반화하고, 낙인을 찍는 전형적인 선동의 언어입니다.

 

하만은 유다인들이 왕의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거짓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모르드개 한 사람의 신앙적 결단을 민족 전체의 불순종으로 덮어씌운 것입니다. 이 장면은 시대를 초월해 나타나는 불의한 권세자들의 수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하나의 신앙적 원칙을 고의로 왜곡하여 정치적 이득과 개인의 감정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모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만은 또 다른 설득의 수단으로 경제적 이익을 내세웁니다. “왕이 옳게 여기시거든 그들을 멸하게 하는 조서를 내리소서 내가 은 일만 달란트를 왕의 금고에 바치리이다”(3:9). 이는 오늘날의 뇌물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만은 단지 개인적 복수심에 머물지 않고, 거짓 정보와 물질적 유혹으로 왕의 권력을 이용해 한 민족 전체를 말살하려는 죄를 범하고 있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의 인장 반지를 빼어 하만에게 주며 그에게 권한을 맡깁니다(3:10). 아하수에로 왕은 그 민족이 어떤 민족인지, 무슨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지도 모른 채 하만의 말만 듣고 무책임하게 결정을 내립니다. 지도자의 무지가 얼마나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이 장면은 여실히 보여줍니다.

 

온 땅에 퍼지는 조서, 그러나 하나님의 계획은 여전히 살아 있다

“아하수에로 왕의 열 셋째 날에 왕의 서기관들이 소집되어 하만의 명령을 따라 왕의 모든 지방 총독과 각 민족의 방백과 각 지방의 백성에게 글을 쓰되, 각 지방의 문자와 각 민족의 언어로 쓰고 아하수에로 왕의 명의로 쓰고 왕의 반지로 인을 치고”(3:12). 하만은 왕의 이름을 빌려, 그의 계획을 전 제국에 퍼뜨립니다.

 

이 장면은 얼마나 체계적으로 악이 조직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만은 제국 전체의 관리 시스템과 언어 체계를 이용하여, 유다인을 하루아침에 ‘국가의 적’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는 왕의 권한과 서기관 조직, 지역 관료 체계, 언어 번역 시스템을 모두 동원하여 자신의 계획을 실행합니다.

 

“각 지방에 전하게 하고, 명하여 모든 유다인을 젊으니 늙으니, 어린이와 여인을 망론하고 단 하루에 죽이고 도륙하고 진멸하고 또 그 재산을 탈취하게 하였고”(3:13). 본문의 이 묘사는 고대판 홀로코스트라 할 수 있는 계획입니다. 연령이나 성별의 구분 없이 전 민족을 하루에 제거하겠다는 계획은 하만의 광기와 함께, 인간의 죄악이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모든 일이 “그날에 왕궁 수산에도 조서가 내려졌다”(3:14)는 것입니다. 곧 이 일은 에스더가 있는 수산 성에도 전해졌다는 뜻이며, 하나님은 이미 에스더를 그곳에 미리 세워두셨습니다. 에스더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하나님은 그녀를 왕후의 자리에 두셨고, 지금 이 일을 위해 그 자리를 준비하신 것입니다.

 

“수산 성은 어지럽더라”(3:15)는 구절은 사람들의 불안과 혼란, 그리고 말 못 할 공포가 온 성에 가득 찼음을 묘사합니다. 왕과 하만은 함께 앉아 술을 마시지만, 수산 성은 뒤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이는 악한 자들의 냉담한 모습과 세상의 불의를 바라보며 고통받는 민중의 대비를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하나님 없는 권력은 언제나 이기적이고, 냉소적이며, 공공의 고통에 무관심합니다.

 

결론

에스더 3:7-15은 인간의 역사 속에 악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그 악한 구조 속에서도 하나님의 섭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제비가 뽑혀진 날짜조차도 하나님께서 일하실 시간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었고, 에스더는 이미 수산 성에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모르드개는 대궐 문에서 일어나야 할 일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은 언제나 하만과 같은 이들의 말과 계획으로 흔들릴 수 있습니다. 거짓이 이기는 듯하고, 정의는 침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침묵 속에서도 일하고 계십니다. 악의 손길은 한순간 활개칠 수 있으나, 하나님의 손은 결코 멈추지 않으십니다.

 

이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세상 권세를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의 계획과 타이밍을 신뢰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하만의 음모를 무너뜨릴 에스더를 준비하고 계시며, 모르드개를 통해 그 뜻을 이루어가십니다. 우리 역시 오늘이라는 시간을 믿음으로 걸어가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디에 세우셨는지를 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은 악이 번성하는 그날에도, 구원의 역사를 조용히 완성하고 계십니다.


매일성경 5월 본문입니다. 일별 묵상 본문을 클릭하시면 각 본문에 따라 묵상을 따라 설교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매일 말씀 묵상을 통해 은혜로운 5월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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