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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 4:1-17 묵상, 죽으면 죽으리이다

케리그마 202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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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죽으리이다 – 결단의 자리에서 피어나는 하나님의 섭리

에스더 4:1-17은 한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갈림길에서 모르드개와 에스더가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위기의 상황을 넘어서, 하나님의 섭리를 향한 신자의 결단과 순종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겉보기엔 정치와 민족의 생존을 다투는 사건이지만, 그 중심에는 하나님의 부르심과 신자의 신앙적 응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애통함이 시작된 자리, 하나님의 일이 움직이기 시작하다

하만의 조서가 온 수산 성에 선포되고, 유다 민족의 멸절이 예정되었을 때, 모르드개는 옷을 찢고 굵은 베를 입고 재를 뒤집어쓴 채 성중을 다니며 큰 소리로 부르짖습니다(4:1). 이것은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고대 유대 전통 속에서 회개와 절망, 간절한 부르짖음을 상징하는 행동입니다. 모르드개는 백성의 멸망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애통함을 통해 하나님 앞에 엎드립니다.

 

그의 애통은 성문을 넘지 못합니다(2절). 왕궁 안은 정치와 사치의 공간으로서 고난과 탄식이 접근할 수 없는 구조였으며, 이는 오늘날 세상이 진실한 고통과 부르짖음을 얼마나 외면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모르드개의 통곡은 곧 수산 성 유다 백성들에게 퍼졌고, 백성들은 함께 금식하고 울며 탄식합니다(3절). ‘금식한다’는 표현은 히브리어 “צוֹם”(쪼움)으로, 자신을 낮추고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 전인격적 경건 행위를 뜻합니다.

 

이러한 절망의 물결은 에스더에게도 전해집니다. 에스더는 하만의 조서를 직접 듣지 못했지만, 모르드개의 상태를 듣고 놀라고 근심하게 됩니다(4절). 그녀는 곧 옷을 보내 모르드개에게 입히려 하지만, 모르드개는 거절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의복의 문제가 아니라, 위선과 침묵을 거부하는 모르드개의 신앙적 태도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진실이 전달될 때, 부르심이 명확해진다

에스더는 모르드개가 원하는 바를 알기 위해 내시 하닥을 보내어 상황을 파악하게 합니다(5절). 모르드개는 하닥에게 하만의 계략과 유다인을 멸하려는 조서를 알려주고, 에스더에게 왕에게 나아가 호소하라고 요청합니다(7-8절). 여기서 모르드개는 단순히 조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에스더를 세우신 목적을 깨닫고, 그것에 대한 신앙적 촉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스더의 첫 반응은 주저함입니다. “왕에게 부름을 받지 아니하고 안뜰에 들어가면 오직 죽이는 법이오니…”(11절). 그녀는 30일 동안 왕의 부름을 받지 못했고, 이는 그녀가 왕후라 하더라도 정치적 생명력이 약해졌음을 보여줍니다. 현실의 벽이 높았고, 생명의 위협은 실질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르드개의 대답은 신앙적 통찰이 가득한 명언으로 이어집니다. “이 때에 네가 만일 잠잠하여 말이 없으면 유다인은 다른 데로 말미암아 노임과 구원을 얻으려니와 너와 네 아버지 집은 멸망하리라”(14절). 이 구절은 구원의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심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에스더가 아니더라도 하나님은 반드시 자신의 백성을 구원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 구원의 역사에 에스더가 사용될 수 있는 특권을 지금 주셨다는 사실 또한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구절은 에스더서 전체의 핵심 선언입니다. “네가 왕후의 자리를 얻은 것이 이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아느냐?”(14절 후반). 이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섭리를 향한 믿음의 고백입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건들, 에스더의 외모, 왕의 선택, 하만의 계략, 모르드개의 충성,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시간 안에서 맞물려 이 순간을 위해 준비되었음을 고백하는 말씀입니다.

 

죽음을 넘는 순종, 구원을 여는 결단

이 말을 들은 에스더는 결단합니다. “당신은 가서 수산에 있는 유다인을 다 모으고 나를 위하여 금식하되… 나도 나의 시녀와 더불어 이렇게 금식한 후에 규례를 어기고 왕에게 나아가리니 죽으면 죽으리이다”(16절). 여기서 에스더는 이전까지의 주저함을 내려놓고, 자신의 생명을 걸고 하나님의 섭리를 따라가기로 결심합니다.

 

‘죽으면 죽으리이다’는 선언은 단지 비장한 각오 이상의 것입니다. 이는 자기 생명을 하나님께 완전히 맡기며, 자신의 존재 목적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다는 것을 수용하는 헌신의 표현입니다. 히브리어 원문에서는 이 문장이 단순한 문장보다 더 강력한 강조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두려움과 결단이 뒤섞인, 그러나 하나님을 향한 온전한 신뢰 위에 세워진 응답입니다.

 

에스더는 이제 비로소 왕후라는 지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도구로서의 자리에 들어섭니다. 그녀의 결단은 단지 개인적 순종이 아니라, 민족의 구원을 위한 관문이 됩니다. 하나님은 때로 한 사람의 결단을 통해 전체를 회복하십니다.

 

결론

에스더 4장은 위기의 상황 속에서 신자의 믿음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모르드개는 애통함으로 기도하며, 에스더에게 하나님의 섭리를 일깨워줍니다. 에스더는 처음에는 주저하지만, 모르드개의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부르심을 깨닫고 결단에 이르게 됩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세상의 어둠과 악의 권세를 넘어 당신의 뜻을 이루어가고 계십니다. 우리는 종종 그 뜻을 완전히 알 수 없지만,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음을 믿는다면, 우리는 순종으로 반응해야 합니다.

 

“죽으면 죽으리이다.” 이 고백은 모든 신자가 삶의 갈림길에서 기억해야 할 고백입니다. 내 생명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분의 뜻이라면 어떤 길이든 기꺼이 걷겠다는 순종,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구속 역사에 동참하는 신자의 참된 자세입니다. 우리도 오늘의 자리가 ‘이때를 위함이 아닌지’ 깊이 돌아보며, 하나님이 부르신 시간 앞에 믿음으로 응답하는 자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매일성경 5월 본문입니다. 일별 묵상 본문을 클릭하시면 각 본문에 따라 묵상을 따라 설교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매일 말씀 묵상을 통해 은혜로운 5월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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