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설교, 창세기 3장 8-21절 가죽옷
하나님의 부르심과 인간의 숨음
창세기 3장 8-21절은 인간의 타락 이후 하나님과의 관계가 어떻게 단절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인간은 죄를 짓자마자 하나님을 피해 숨었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과 핑계를 대며 비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심판하심과 동시에 구원의 약속을 주셨고, 가죽옷을 입히심으로써 그분의 은혜를 보여주셨습니다. 이 본문을 통해 우리는 죄의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깨닫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속하시기 위해 예비하신 구원의 계획을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피해 숨는 인간(창 3:8-10)
아담과 하와는 선악과를 먹은 후, 자신들이 벗었음을 깨닫고 무화과 나무 잎을 엮어 옷을 만들어 입었습니다(창 3:7).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고, 결국 하나님께서 동산에 오셨을 때 두려워하며 나무 사이에 숨었습니다(창 3:8). "여호와 하나님이 그들을 부르시며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디 있느냐"(창 3:9)라고 물으신 것은 하나님께서 아담의 위치를 모르셔서가 아니라, 아담이 죄로 인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멀어졌음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아담은 "내가 동산에서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창 3:10)라고 대답합니다. 여기서 '두려워하여'(יָרֵא, yare)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가 깨졌을 때 느끼는 깊은 영적 두려움을 의미합니다. 죄를 짓기 전에는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던 아담과 하와가 이제는 하나님을 피해 숨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는 죄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인간을 하나님께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변명과 책임 전가(창 3:11-13)
하나님께서는 아담에게 "누가 너의 벗었음을 네게 알렸느냐?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먹었느냐?"(창 3:11)라고 물으십니다. 그러나 아담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하와에게 책임을 전가합니다.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 3:12). 아담은 하와뿐만 아니라, 그 여자를 주신 하나님까지도 간접적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하와 또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뱀에게 책임을 돌립니다.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 3:13). 여기서 '꾀다'(נָשָׁא, nasha)는 단순한 유혹이 아니라, 기만하고 속였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죄를 직면하는 대신 변명과 책임 전가를 선택하였고, 이는 죄의 본질적인 특징을 보여줍니다. 인간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기보다 다른 사람이나 환경을 탓하며 도망가려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변명을 받아들이지 않으시고, 죄에 대한 심판을 선포하십니다.
죄의 결과와 하나님의 심판(창 3:14-19)
하나님께서는 뱀에게 먼저 심판을 선포하십니다. "네가 이렇게 하였으니 네가 모든 가축과 들의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종신토록 흙을 먹을지니라"(창 3:14). 여기서 뱀이 배로 다니게 되었다는 것은 단순한 육체적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탄이 궁극적으로 패배할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구원의 약속을 주십니다.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네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창 3:15). 이는 원복음(Protoevangelium)이라고 불리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의 첫 번째 약속입니다. 여자의 후손, 즉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탄의 머리를 짓밟고 승리하실 것을 예언하는 말씀입니다.
하와에게는 해산의 고통과 남편에 대한 종속이 선포됩니다(창 3:16). 아담에게는 땅이 저주를 받아 수고해야만 먹을 것을 얻을 것이며, 결국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심판이 주어집니다(창 3:17-19). 이는 죄가 인간의 삶과 환경 전체를 뒤흔들었음을 보여주며, 인간의 모든 고통과 죽음이 죄의 결과임을 명확히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가죽옷(창 3:20-21)
심판을 선포하신 후에도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아담은 그의 아내의 이름을 하와라고 짓습니다. "아담이 그의 아내를 하와라 이름하였으니 그는 모든 산 자의 어머니가 됨이더라"(창 3:20). 이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들이는 행위이며, 생명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표현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또한 아담과 하와를 위해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과 그의 아내를 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니라"(창 3:21). 여기서 '가죽옷'(כָּתוֹנֶת עוֹר, kethoneth ‘or)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피 흘림을 통한 속죄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 우리가 영적으로 덮임 받을 것을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인간의 죄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기에 하나님께서 피 흘림을 통한 구속의 방법을 예비하셨음을 보여줍니다.
결론: 회개와 구속의 길
창세기 3장 8-21절은 인간이 죄로 인해 하나님을 피하고, 비겁한 변명과 책임 전가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죄에 대한 심판을 내리시면서도, 여자의 후손을 통한 구속을 약속하시고, 가죽옷을 입히심으로써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이는 인간의 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달려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순절을 맞아 우리는 우리의 죄를 직면하고, 변명하지 않으며, 회개의 자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예비하신 구원의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피하지 말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붙들며 회복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기억하며, 믿음으로 순종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사순절 묵상을 위한 성경본문 구절입니다. 창조와 타락, 구약의 예언과 예수님의 공생애와 고난, 죽음과 부활까지에 이르는 과정을 40일로 구분하여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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